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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Aug 28. 2021

남은 나를 모른다. 나도 남을 모른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시선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김포에서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어요. 날씨는 화창했고 하늘에는 예쁜 구름이 떠 있었어요. 휴가를 보낼 생각에 비행기 안에서도 딸과 장난치며 놀았어요.


비행기가 착륙하기 10분 전, 손바닥은 갑자기 땀범벅이 됐어요. 제가 경미한 비행공포증이 있거든요. 비행기가 흔들리면 심장도 함께 덜컹거려요. 심박 수는 빨라지고 손, 발바닥에서는 진땀이 나요. 비행기 타는 건 좋으면서도 싫어요.


비행기가 격하게(순전히 제 기준으로) 흔들거렸어요.

'이러다 사고 나는 거 아니야?' 무서웠어요.


옆자리에서 "야호, 신난다"를 외치는 꼬마 녀석의 환호를 들으며, 저는 눈을 감고 좌석 팔걸이를 꽉 쥐었어요. 다행히 별일 없었어요. 비행기는 안전히 착륙했고, 저는 글을 쓰는 행운(?)을 누리고 있어요.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하늘에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을 봐요. 어제는 이호테우해변에서 노을을 감상했어요.


돗자리에 앉아 하늘을 보는데, 5분에 한 대꼴로 비행기가 착륙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해변에서 바라본 비행기는 모두 흔들림 없이 평온했어요. 혹시라도 사고가 날 거라는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았어요.


비행기 속에서 흔들림을 느낀 제 마음과 해변에서 비행기를 바라보는 제 마음은 전혀 달라요. 제가 탔던 비행기를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안전하게 착륙하는구먼'하고 생각했을 거예요.


보는 관점, 입장의 차이에 따라 같은 일도 다르게 느껴져요. 제주도의 비행기를 보면서 느낀 점 세 가지를 남깁니다.




첫째, 내 상황을 남의 눈으로 바라볼 것


직장에서 일하면서 종종 느껴요. 객관적으로 보면 아무 일도 아닌데, 혼자서 고민할 때가 있어요.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 상사에게 보고하면 상사는 느긋하게 말해요.


"그건 이렇게 처리하면 돼. 심각한 일 아니야."


상사의 조언을 받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짜 별거 아닌 일이 돼요. 바뀐 건 하나도 없는데 말이에요.


바둑을 두는 사람보다 훈수 두는 사람이 대국의 흐름을 더 잘 봐요. 훈수 두는 사람은 대국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판세를 조망해요.


내 마음이 흔들리는 비행기처럼 덜컹거린다면 해변에서 비행기를 올려다보는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도 좋아요.



둘째, 누군가의 성취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있다는 것.


백조는 호수 위에서 고개를 세우고 유유히 떠 있어요. 물결의 흐름에 따라 고고하게 움직이죠.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발을 앞뒤로 열심히 흔들고 있어요.


누군가의 성장, 발전의 이면에는 피나는 노력이 숨어있어요. 옆에서 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몰래 무언가를 연습하고 공부해요.


'아니,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운이 좋은 거야?'


라고 생각하나요?


그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렸어요. 주변 동료의 성취를 샘내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질투하는 입장에서 질투받는 입장이 되려면 백조처럼 두 발을 열심히 움직여야 해요.



셋째, 이겨내기 힘든 상황이라면 적극적으로 옆 사람에게 알릴 것.


남이 보기에는 평소와 똑같아 보이지만 내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을 때가 있어요. 가족, 동료에게 알게 모르게 신호를 보내도 눈치채지 못하거나,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서 혼자 시름시름 앓는 경우도 있어요.


우리는 남 앞에서 항상 웃는 표정을 보이도록 훈련받아요. 지친 내색을 보였다가 나쁜 평가를 받는 게 두려우니까요. 우리 그러지 말아요. 힘들면 알리세요. 말하지 않고 쌓으면 마음의 병이 돼요. 별거 아닌 일로 왜 그러냐고 핀잔받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요.


힘들수록 내 마음을 적극적으로 알리세요. 남이 먼저 알아봐 주길 바라지 말고 적극적으로 내 상황을 토로하세요.


가족, 동료에게 잠시 시간을 내달라고 말하세요. 진지하게 이야기해야 상대가 내 진지함의 절반이라도 받아들여요. 남은 나만큼 내게 관심이 없어요.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내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표현하세요. 누군가가 곁에서 내 손을 잡아줄 거예요.





비행기를 올려다보며 별의별 생각을 다 했네요. 남은 나만큼 나를 모르고, 생각만큼 내게 관심이 없다는 걸 기억하세요. 나도 남을 모르고 남에게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처럼요. 


가끔은 나를 남처럼, 남을 나처럼 바라보기 바랄게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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