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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티콘 Jul 22. 2021

『울프 홀 1⦁2』,『튜더스, 앤 불린의 몰락』을 읽고

헨리 8세, 앤 불린 그리고 토마스 크롬웰

 

『울프 홀 1⦁2』와 『튜더스, 앤 불린의 몰락』은 ‘영국 출판계와 대중이 사랑하는 작가’ 힐러리 맨틀의 역사 소설이다. 16세기 영국 튜더 왕조의 헨리 8세 치세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엮은 작품이다. 전자는 2009년에, 후자는 2012년에 맨부커상을 받았다.

 


두 작품의 주인공은 토머스 크롬웰이다. 크롬웰은 1485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1540년 사망했다. 앙드레 모루아는 『영국사』에서 크롬웰에 대해 ‘추악하고 잔인하며 돼지상에 실눈과 심술궂은 입을 가진 키 작은 땅딸보였으며, 헨리 8세로부터 멸시 당했고 늘 양털이나 빗질하는 놈이라고 불리며 냉대를 받았다’고 혹평했다. 그런 크롬웰에게 헨리 8세는 두 번째 소설이 끝나는 1536년 여름 남작의 작위를 하사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울프 홀 1⦁2』는 1500년에서 1535년 7월까지의 이야기이다. 크롬웰의  험난한 어린 시절에서부터 시작한다. 크롬웰은 영국을 떠나 갖은 고생을 겪은 후 귀국해서 울지 추기경의 변호사가 된다. 헨리 8세는 형수였던 캐서린과 결혼하여 아들을 얻지 못하자 결혼 무효화를 주장하며 앤 불린과 결혼하려 한다. 헨리 8세의 욕망에 부응하지 못한 추기경은 몰락한다. 크롬웰은 헨리 8세의 휘하로 들어가서 앤 불린을 왕비로 올리며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 앤 불린은 딸 엘리자베스를 낳는다. 헨리 8세는 로마 교황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자신이 영국 교회의 수장이 된다. 이에 동조하지 않은 토머스 모어가 처형되며 일단락된다. 


    

『튜더스, 앤 불린의 몰락』은 1535년 9월에서 1536년 여름까지의 이야기이다. 헨리 8세는 자신의 후사를 이을 아들을 얻기 바라지만 앤 불린은 유산을 한다. 헨리 8세의 마음은 앤 불린의 시녀 제인 시모어에게 쏠린다. 크롬웰은 제인 시모어를 헨리 8세의 세 번째 부인으로 만들기 위해 앤 불린을 나락으로 떨어트린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모셨던 추기경의 죽음을 희화화했던 자들에게 복수를 한다. 런던탑에서 앤 불린이 참수되며 끝을 맺는다.     


작가는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인간 토머스 크롬웰의 이야기로 작품을 이끌어간다. 역사가들로부터 권력을 추구하는 냉혈한이라고 평가받는 크롬웰에게도 가족이 있었다. 크롬웰이 외지로 공부하러 떠난 아들이 보낸 편지를 읽고 아내 리지에게 전하는 말이다. 

   

“자, 들어봐요. 그레고리는 당신이 잘 지내기를 바라고, 내가 잘 지내기를 바라고, 사랑스러운 여동생 앤과 어린 그레이스도 잘 지내기를 바란다는군. 자기도 잘 지내고 있대요. 그러고는 시간이 없다면서 그만 줄인다는군. 본분을 다하는 아들 그레고리 크롬웰 올림.” 

『울프 홀 1』, 69쪽  

  

크롬웰은 가족 하나하나를 끔찍이 위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크롬웰의 가족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아들 그레고리만 남고 아내와 두 딸은 전염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크롬웰에게 가족은 사랑이기도 했지만 아픔이기도 했다. 떠난 가족들에 대한 추억은 크롬웰의 가슴속에 살아 작품 곳곳에서 읽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작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16세기 영국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구교와 신교가 대립하는 가운데 영국국교회라는 독자적인 체계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많은 목숨들이 죽임을 당했다. 영국은 강대국인 프랑스, 스페인 등의 대륙 국가들에 종속되지 않고 세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다. 의회와 재판정은 절대 왕권을 추구하는 헨리 8세의 도구로 전락 했다. 푸주한의 아들 울지와 대장장이의 아들 크롬웰이 귀족들 틈에서 권력의 정점에 오르는 능력주의에 의한 신분 상승이 가능한 사회였다.     

작가는 『튜더스, 앤 불린의 몰락』의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남겼다.   

    

‘하지만’이란 말은 의자 밑에 숨어 있는 도깨비 같다. 아직 보지 못한 말이 적히게 하고, 글이 페이지를 가로질러 가장자리까지 계속 뻗어가게 한다. 끝이 없다. 끝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끝의 속성을 잘 모르는 것이다. 끝은 모두 시작이다. 이것도 그렇다.

『튜더스, 앤 불린의 몰락』, 529쪽  

   

토머스 크롬웰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작가가 크롬웰의 이후 행적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역사 소설은 이미 알려진 내용을 소재로 하기에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힐러리 맨틀이라면 우리에게 또 하나의 멋진 작품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해 마지않는다.        


▣ 서지 정보     

『울프 홀1』, 『울프 홀2』, 힐러리 맨틀 지음, 하윤숙 옮김, (주)사피엔스21, 2010

『튜더스, 앤불린의 몰락』, 힐러리 멘텔 지음, 김선형 옮김, 도서출판 북플라자, 2015     


▣ 함께 읽어 보아요!      

『튜더스: 세계사를 바꾼 튜더 왕조의 흥망사』, G. J.마이어 지음, 채은진 옮김, 말글빛냄, 2011

『영국에 영어는 없었다: 영어와 프랑스어의 언어 전쟁』, 김동섭 지음, 책미래, 2016

『영국사』, 앙드레 모루아 지음, 신용석 옮김, 김영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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