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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티콘 Jul 22. 2021

책을 읽는 또 다른 방법과 연필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는 기분』과 『그래, 나는 연필이다』을 읽고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는 기분』

  

   

요조라는 가수가 썼다고 했다. 생소한 이름이라 검색했더니 홍대 여신, 싱어송라이터란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 이름으로 찾아보니 뮤지션이자 책방무사 운영자 요조의 책읽기에 대한 책일기라고 한다. 출판사 서평을 읽어보니 2017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책을 읽고 쓴 일기와 7월 1일부터 12월까지 읽은 목록으로 엮은 책이란다.      

6개월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요조는 책의 에필로그에서 다음과 그 심경을 표현했다. 

    

창작의 고통이 아니라 성실의 고통에 괴로웠다. 

나중에 또 이런 걸 하자고 누가 꼬드긴다면 

그때는 정말 진짜 죽어도 안 할 것이다라는 마음으로 승낙할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그것을 업으로 사는 사람이라도 쉽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요조는 해냈고 다시 제안이 온다면 또 해볼 것이라 말한다.

책 읽고 쓴 글로 책을 냈다고 하면 고전이나 이름 있는 작가나 저자의 작품을 위주로 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 나의 선입견은 보기 좋게 뒤통수 맞았다. 요조는 독립 출판물, 잡지, 동화책, 시집, 문학서, 학습서, 실용서, 철학책 등 다양한 책들을 섭렵한다. 그 책들 모두가 글감으로 되어 또 다른 한 편의 책으로 완성되었는데 그 글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나는 독후감을 쓸 때 강박관념을 느끼곤 한다. 줄거리를 요약하고 느낌과 교훈 등을 쓰도록 받은 교육의 영향이다. 요조는 자유롭게 썼다. 분량으로 보면 한 줄짜리에서부터 서너 페이지까지. 내용으로 보면 저자에 대한 촌평, 책에 대한 호불호, 읽게 된 사연, 친구에 대한 뒷담화, 자신의 기억, 진지한 생각 등등 등.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하여 써냈다.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는 기분』을 읽고 있을 때는 나도 이정도 쯤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여러분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요조처럼 쓰려고 하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자유롭게 쓰는 연습, 자신만의 글을 쓰는 연습이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그렇게 읽고 그렇게 쓰라고 나의 귓불을 슬며시 잡아당기는 것만 같다. 


그래나는 연필이다

   

『그래, 나는 연필이다』는 연필에 대한 이야기, 연필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조의 3월 8일 책일기에 실린 책이다. 요조가 나에게 소개한 셈이다.

이 책의 저자 박지현은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헨리 페트로스키의 『연필』이라는 책을 보고 연필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지 15년 만에 〈연필, 세상을 다시 쓰다!〉를 제작하여 2015년에 SBS에서 방영하였다. 방송이 나간 뒤 그간의 기록을 간추리고 다큐멘터리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덧붙여 엮어 책으로 펴냈다.     

연필을 도구로만 여기지 않고 연필과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려준다면 귀가 솔깃하지 않을까? 연필과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기도 하고 서슴지 않고 연필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사람들 말이다.

    

십몇 년 전에 연필을 들고 퇴근하다가 손을 다쳤는데요. 여기 연필심이 박혀서 아직도 있는데, 당시에는 밤새 잠도 못 자고 빼려고 애썼는데, 요즘은 이게 가끔 너무 좋더라고요. 이게 연필과 맺어진 나의 운명인가 싶어서요. 다행히 썩지는 않더라고요. (웃음) 연필심이 제 몸에 있는 게 제가 연필 그 자체가 된 것 같아요. (p.213)     

저는 연필에 완전히 미쳤어요! 다음에 태어나면 연필로 태어날래요! 할렐루야! 펜슬! (p.169)

     

 연필을 깎아서 파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더구나 깎을 때 나오는 부스러기를 모아 동봉하고 증명서까지 발급한다고 한다면, ‘설마 그런 사람이 있겠어’라고 할지도 모른다. 연필 깎기 전문가 데이비드 리스의 이야기를 읽으면 여러분은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요조 같은 추종자가 나오니 말이다.

연필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내가 한글을 깨우칠 때 연필 잡는 법으로 시작해서 심에 침 묻혀가며 ㄱ, ㄴ, ㄷ, ㄹ, 한 자 한 자 써가며 배웠다. 너무 힘을 주어 연필심이 부러지면 형이나 누나에게 깎아 달라고 떼썼다. 그 때는 볼펜 껍데기에 끼운 몽당연필이 더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이제는 샤프펜슬이나 볼펜에 밀리고 워드프로세서에 남아있던 자리마저 내주고 말았던 연필. 그 연필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더 세련되고 편리해진만큼 연필과 함께 써 내려갔을 소중한 기억들도 사라져가고 있지는 않을까.   


여러분께 퀴즈를 하나 내며 글을 마칠까 한다. 『그래, 나는 연필이다』를 읽으면서 답을 찾는 쏠쏠한 재미도 느껴보기를 바란다. 

                   

다음 중 연필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①레오나르도 다빈치 ②루트비히 판 베토벤 ③토머스 에디슨 ④헨리 데이비드 소로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는 기분』

- 요조 지음, 난다, 2017년 12월 30일 출간 

    

『그래, 나는 연필이다』

- 박지현 지음,  CABOOKS,  2017년 3월 1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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