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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티콘 Jul 22. 2021

‘버섯 이야기’ 짚고 넘어가기

신영복 선생의 『담론』의「희망의 언어 석과불식」을 읽고


이 글은 신영복 선생의 『담론』의 맨 마지막 장 「희망의 언어 석과불식」에 나오는 ‘버섯 이야기’에 대해 한 번 짚고 넘어가고자 함이다. 


신영복 선생은 ‘자유自由’에 대해 설명하면서 프레드릭 반 에덴Frederik van Eeden의 『어린 요한』 (덴마크어 원제 De kleine Johannes, 영문 번역 제목 Little Johannes)에 나오는 ‘버섯 이야기’를 꺼낸다.

     

다음으로 ‘자기의 이유’에 관한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의사이며 작가인 반 에덴Frederik van Eeden의 동화 『어린 요한』의 버섯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갑니다. 산책로 길섶에 버섯 군락지가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그 버섯 중의 하나를 지팡이로 가리키면서 “얘야, 이건 독버섯이야!” 하고 가르쳐 줍니다. 독버섯이라고 지목된 버섯이 충격을 받고 쓰러집니다. 옆에 있던 친구가 그를 위로합니다. 그가 베푼 친절과 우정을 들어 절대로 독버섯이 아님을 역설합니다. 그러나 그에게 위로가 되지 못합니다. 정확하게 자기를 지목하여 독버섯이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위로하다 위로하다 최후로 친구가 하는 말이 “그건 사람들이 하는 말이야!”였습니다. 아마 이 말이 동화의 마지막 구절이라고 기억됩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것입니다. ‘독버섯’은 사람들의 ‘식탁의 논리’입니다. 버섯을 식용으로 하는 사람들의 논리입니다. 버섯은 모름지기 ‘버섯의 이유’로 판단해야 합니다. ‘자기의 이유’, 이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자기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한 아무리 멀고 힘든 여정이라 하더라도 결코 좌절하지 않습니다.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를 줄이면 ‘자유自由’가 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린 요한』에 나오는 ‘버섯 이야기’를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서 국내 번역본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출판사 홈페이지나 국내 인터넷 자료를 찾아봐도 번역본을 찾을 수 없었다. 다행해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덴마크어를 영어로 번역한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영어 번역본에 Mushroom(버섯)으로 검색어를 넣어보니 아무것도 검색되지 않았다. Toadstool(독버섯)으로 검색어를 넣어보니 9곳이 검색되었다. 그중에서 신영복 선생이 언급한 내용과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번역하고 보니 선생이 말한 내용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래에 그 우리말 번역과 영어 번역본을 차례로 실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숲의 정령들을 보게 되었다. 찾아오기 너무 좋은 날이었다. 너무나 적막하고 고요해서 요하네스는 한낮인데도 벌써 작은 목소리와 작은 발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새들은 거의 모두 달아났고, 개똥지빠귀들만 진홍색 나무딸기를 맘껏 먹고 있었다. 한 마리가 올가미에 걸렸다. 그곳에서 그 새는 날개를 퍼덕거리며 매달렸고 날카로운 발톱이 거의 찢어질 때까지 몸부림쳤다. 요하네스는 서둘러 그 새를 풀어주었고, 새는 행복한 소리을 지르며 날아갔다.

독버섯들은 할 말이 참 많았습니다.

‘나만 봐!’ 하고 퉁퉁하게 불은 독버섯이 말했다.

‘이런 거 본 적 있어? 내 줄기가 얼마나 두껍고 하얀지, 내 모자는 얼마나 빛이 나는지 보라고. 나는 너희들 모두 중에 가장 크다고. 그리고 그것도 하룻밤 안에!’

'흥!'하며 빨간 점무늬 독버섯이 말했다. ‘너는 가장 천박해! 그러니 갈색에다 촌스럽지. 이제, 나는 큰 줄기 위에서 갈대처럼 흔들리지. 나는 마가목의 빨간 열매처럼 멋지게 빨갛고 가장 우아하게 반점무늬 져 있지. 나는 너희 모두 중 가장 멋지다고.’

‘쉿!’요하네스가 말했다. 그는 예전부터 그 버섯들을 알았다. ‘너희는 독이 있다고.’

‘그건 장점이야’라고 빨간 버섯이 말했다.

‘그게 아니라면 어쩌다 네가 사람인거야?’라며 퉁퉁한 버섯이 쏘아붙였다. ‘그러면 정말 네가 나를 먹기를 바랐을 텐데.’

그러나 요하네스는 그 버섯을 먹지 않았다. 마른 잔가지 몇 개를 가져다가 버섯의 둥근 모자에 꽂았다. 그것은 우습게 보였으며, 다른 버섯들은 모두 웃었다. 심지어 몇 시간 후에야 겨우 올라와서 세상을 보기위해 스스로를 밀어올린 작은 갈색 머리의 호리호리한 독버섯 무리들조차도. 퉁퉁한 독버섯은 앙심을 품고 파랗게 변하여 그의 독이 있는 본성을 드러냈다. 목도시흙밤버섯은 각진 줄기에서 작고 앙증맞은 머리를 들어올렸다. 때때로 미세한 갈색 가루의 작은 구름들이 둥근 머리에 있는 틈으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그 먼지가 습기 찬 흙 위에 떨어진 곳이면 어디든, 균사가 어두운 땅 밑에서 엉겨 붙어 꼬일 것이고 내년에는 수많은 싱싱한 별들이 솟아오를 것이다.

‘정말 아름다운 존재군!’ 그들은 서로에게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것은 먼지(포자)를 내뿜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리고 그들은 연기처럼 생긴 작은 구름을 가장 진한 농도로 공중에 내뿜었다.

‘그들이 정말 행복한가, 윈데킨드(Windekind, 바람의 아이=잠자리)?’

‘그렇지 않겠어? 그들에게 더 이상의 기쁨이 없지. 버섯들은 그 정도 지혜밖에 없어서 더 이상의 것을 구하지 않으니까 행복할 밖에.’     

And now he was to see the Wood-Sprites. It was a good day for such a visit. So calm, so still, Johannes fancied he could already hear tiny voices and the rustle of little feet, though it was mid-day. The birds had almost all fled; only the thrushes were feasting on the scarlet berries. One was caught in a snare. There he hung with flapping wings, struggling till his sharp clenched claws were almost torn away. Johannes made haste to set him free, and he flew off with a happy chirp.

The toadstools had a great deal to say.

'Only look at me!' said a fat puffy Toadstool.

'Did you ever see the like? See how thick and white my stem is, and how my hat shines. I am the biggest of you all. And that in one night!'

'Pooh!' said the red spotted toadstool. 'You are most vulgar!—so brown and clumsy. Now, I sway on a tall stem like a reed; I am of a splendid red like the rowan berries, and most elegantly speckled. I am the handsomest of you all.'

'Hush!' said Johannes, who knew them both of old. 'You are both poisonous.'

'That is a virtue,' said the red fellow.

'Or are you a man by chance?' retorted the fat toadstool. 'Then indeed I wish you would eat me.'

But Johannes did not eat him; he took some dry twigs and stuck them into his round hat. That looked funny, and all the others laughed; even a swarm of slender toadstools with little brown heads who had only come up a few hours since, and pushed themselves everywhere to look out on the world. The fat toadstool turned blue with spite, thus displaying his venomous nature. Earth-stars raised their little pert heads on angular stems. Now and then a little cloud of the finest brown powder puffed out of the opening in a round head. Wherever that dust fell on the moist soil, threads would tangle and plait beneath the dark earth, and next year myriads of fresh stars would come up.

'What a beautiful existence!' they said to each other.

'The happiest lot in life is to shed dust. What joy to think we may do it as long as we live!' And they puffed the little smoke-like cloud into the air with the deepest concentration.

'Are they really happy, Windekind?'

'Why not? What higher joy can they know? They are happy, for they ask no better because they know no better.'***

     

원문을 번역해보니 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하지 않고 하나의 버섯을 독버섯이라고 지목한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버섯들이 독버섯으로 지목된 버섯들을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놀리는 내용이 나온다.

신영복 선생이 살아계신다면 대체 어떤 곳에서 인용했는지 묻고 싶다. 그런데 선생은 이미 영면에 드셔서 말이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선생은 『담론』의 서론인 「책을 내면서」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선생은 『담론』을 집필하면서 사람들이 책을 어떻게 읽을지 염려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책’이 강의실을 떠나 저 혼자서 무슨 말을 하고 다닐지 걱정이 없지 않습니다. 책은 강의실보다 작고 강의실에는 늘 내가 서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책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하면 모든 텍스트는 언제나 다시 읽히는 것이 좋습니다. 필자는 죽고 독자는 끊임없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신영복 선생은 아마도 당신의 글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바라지 않으셨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텍스트는 다시 읽혀야 한다’고 말하셨다고 생각한다. 이는 『어린 요한』에 나오는 ‘버섯 이야기’를 확인 없이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오류를 경계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의 이 글이 선생의 『담론』을 생각하며 읽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기를 바란다.     


* 『담론』, 신영복 지음, 돌베개, 2018, pp. 425~426)

** http://www.gutenberg.org/files/40656/40656-h/40656-h.htm

*** LITTLE JOHANNES, Translated from the Dutch of FREDERIK VAN EEDEN By CLARA BELL With an Introductory Essay by ANDREW LANG, LONDON: WILLIAM HEINEMANN MDCCCXCV

**** 『담론』, 신영복 지음, 돌베개, 2018,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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