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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티콘 Jul 26. 2021

‘전(轉)’부터 써라!

사이토 다카시의 『2000자를 쓰는 힘』을 읽고


글쓰기 강좌에서 자료를 인용해서 A4지 1장 분량의 글을 쓰는 시간이 있었다. 자료를 찾고 서두를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하다 일단 쓰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다. 첫머리를 썼다 지웠다 하다보니 더 이상 진전은 없고 갑갑함만 더했다.


머리도 식힐 겸 글쓰기는 요령에 관한 책들을 소개한 글을 검색하던 중 마음에 확 다가오는 글이 있었다.

 

생각하는 순서로 보면 오히려 ‘전(轉)’이 제일 우선이다. 즉 ‘전승기결(轉承起結)’인 것이다. 일단 ‘전’이 구체적으로 정리되면, 기와 승은 완성된 것과 다름없다. 전체적인 글의 구성은 대략적으로 생각하되, ‘전’ 부분은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 ‘전’에 모든 것을 걸고, 그 부분부터 쓰기 시작해도 글을 짜임새 있게 완성할 수 있다. *


이 글을 읽고 비로소 나의 문제점을 깨달았다. 나는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제쳐 둔 채 자료부터 찾고 어떤 말로 글을 시작할지에 몰두해 있었다. 먼저 말하고 싶은 내용을 쓰게 되면 자료와 서두, 결말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을 터인데 말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글로 쓰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차분히 살펴보았다. 평소 누룽지로 숭늉을 끓여 먹었을 때 느꼈던 생각을 써보기로 했다. 


‘전(轉)부터 써라’는 충고 받아들여 내가 표현하려는 중심 생각을 먼저 썼다. ‘숭늉은 인스턴트 음료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그러고 나서 전체적인 글의 구성에 대해 생각했다. 그 구성에 맞게 자료를 찾아 넣고 문맥에 맞게 글을 손질했다. ‘숭늉의 유래’ 자료를 찾고 관련 ‘속담’을 인용해 중심 생각에 맞춰 넣었다. 숭늉을 끓일 때 불조절하며 관찰했던 기억을 되살려 글을 쓰게 된 동기로 서두에 배치했다. 마지막은 숭늉을 마실 때 느낌과 숭늉을 좋아하는 나의 마음을 강조하고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했다. 그렇게 「숭늉, 느림의 미학」 글 한 편이 완성되었다.


이렇게 터득한 방법으로 두 편을 더 썼다. 어릴 적 소나기에 흠뻑 젖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무더위에 소나기 한번 시원하게 내렸으면 좋겠다’라는 중심 생각으로 「소나기」를 썼다. 회사에서 거의 매일 하다시피 하는 ‘뒷담화는 우리 사회의 불통을 반영하는 비생산적인 대화다’라는 중심 생각으로 「뒷담화」를 썼다. 그러고 나니 자료를 인용해 A4 1장 분량뿐 아니라 그 이상의 글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2000자를 쓰는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루비박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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