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티콘 Sep 25. 2021

사람들이 농사지을 줄 알아 배불리 먹고 자니

탐라시삼십오절(耽羅詩三十五絶) 第二十六絶

탐라시삼십오절(耽羅詩三十五絶) 第二十六絶 


최부(崔溥) 지음, 고광문 역주(譯註)

     


人知種植飽齁齁 사람들이 농사지을 줄 알아 배불리 먹고 자니

不羨江陵千戶侯 강릉의 천호후가 부럽지 않네

渾把生涯登壽域 온전한 인생살이는 태평성대에 이르니

閭閻到處杖皆鳩 마을마다 이르는 곳엔 모두 늙은이로다


후후(齁齁)

후후(齁齁)는 자면서 코 고는 소리다. 편안한 상태로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고 있음을 뜻한다.  

   

강릉천호후(江陵千戶侯)

강릉천호후(江陵千戶侯)는 재산이 많고 풍요롭다는 뜻이다. 천호후는 천호나 있는 넓은 땅을 영유한 제후를 말한다.

『史記列傳(사기열전)』 「貨殖列傳(화식열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또한 안읍(安邑)의 대추나무 1천 그루, 연(燕)과 진(秦)의 밤나무 1천 그루, 촉군(蜀郡), 한수(漢水), 강릉(江陵) 지역의 귤나무 1천 그루, 회북(淮北)과 상산(常山) 남쪽 및 황하와 제수(濟水) 사이의 가래나무 1천 그루, 진(陳)과 하(夏)의 옻나무 밭 1천 무(畝), 제(齊)와 노(魯)의 뽕나무나 삼밭 1천 무, 위천(渭川)의 대나무 숲 1천 무, 그리고 나라에서 이름난 1만 호가 있는 도성의 교외에 1무 당 곡식 1종(鐘)이 나는 땅 1천 무, 또는 치자나무와 꼭두서니를 심을 수 있는 1천 무의 땅, 생강이나 부추밭 5천 이랑, 그중 어느 하나라도 가진 사람은 그 수입이 모두 1천 호를 가진 제후와 같다고 하였다. 〔蜀漢江陵千樹橘 淮北 常山已南 河濟之閒千樹萩 陳夏千畝漆 齊魯千畝桑麻 渭川千畝竹 及名國萬家之城 帶郭千畝畝鐘之田 若千畝卮茜 千畦薑韭 此其人皆與千戶侯等〕 

    

수역(壽域)

수역(壽域)은 인수지역(仁壽之域)의 준말로, 천수(天壽)를 다하며 살 수 있는 태평성대를 가리킨다. 

『한서(漢書)』 「예악지(禮樂志)」의 “한 세상의 백성들을 몰아서 인수의 지역으로 인도한다면 풍속이 어찌 성강 때처럼 되지 않을 것이며, 수명이 어찌 고종 때처럼 되지 않겠는가. 〔驅一世之民 濟之仁壽之域 則俗何以不若成康 壽何以不若高宗〕”라는 말에서 나왔다.  

   

장개구(杖皆鳩)

장개구(杖皆鳩)는 ‘지팡이마다 모두 비둘기’라는 말인데 옥구장(玉鳩杖)을 뜻한다.

옥구장(玉鳩杖)은 나이 70이 되어 치사(致仕)한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후한서(後漢書)』 「예의지중(禮儀志中)」에 ‘한(漢)나라 때 나이 70이 되면 옥장(玉杖)을 주고 그 손잡이 끝에 비둘기 모양의 장식을 하였는데, 이는 비둘기가 체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노인도 체증(滯症)이 없기를 바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오래 사는 사람이 많다. 지방 사람이 질병이 적어서 일찍 죽는 사람이 없고 나이 팔구십 세에 이르는 자가 많다. 〔人多壽考 土人少疾病無夭札 年至八九十歲者多〕’라 하였다.

『순조실록(純祖實錄)』 순조 14년(1814년) 3월 5일에 제주 찰리사 이재수는 노인에 잔치를 베푼 후 다음과 같은 장계를 올렸다.

앞서 신이 왕명을 받들고 섬에 들어갔을 때, 하교하심을 따라 80세 이상 노인에게 잔치를 베풀어 대접하고 쌀과 고기 및 수건목(手巾木)을 내렸습니다. 이것은 모두 성세(聖世) 때 노인을 우대하는 은전과 섬 백성들을 곡진히 구제하는 은혜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번 정의현(旌義縣)에서 잔치를 베풀었을 때는 80세 이상이 1백 30인이었고, 대정현(大靜縣)에서 잔치를 베풀었을 때는 80세 이상이 1백 25인이었으며, 본 제주목에서 잔치를 베풀었을 때는 80세 이상이 4백 5인이었습니다. 잔치 음식은 각자마다 여섯 그릇씩 마련하였고 소미(小米)는 두 말씩 나누어 주었으며 쇠고기는 두 근씩 지급하였는데, 90세 이상자에게는 한 근을 더 주었습니다. 수건목은 석 자씩을 구장(鳩杖)에 매달아 주었습니다. 잔치 비용과 나누어 준 곡물 등은 제주목의 보민고(補民庫)와 호고(戶庫)에 저축되어 있던 무명〔木〕에서 취용(取用)하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문득 어른에게 풍토에 대해 여쭈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