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티콘 Apr 08. 2022

열역학 법칙과 삼법인(三法印)

1. 열역학 법칙


열역학(Thermodynamics)은 역사상 가장 유용하면서도 가장 널리 적용되어온 과학 이론일뿐 아니라 오늘날에는 우주를 이해하는 수단으로까지 발전했다. 열역학의 핵심은 에너지와 엔트로피(Entropy) 그리고 온도라는 세 가지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고 이들을 지배하는 열역학 법칙을 이해하지 못하면 물리학, 화학, 생물학을 비롯한 모든 과학은 기본 논리 자체를 잃게 된다. 열역학의 법칙은 만물의 기본 단위인 원자와, 살아 있는 세포부터 문명 세계에 동력을 공급하는 각종 엔진과 은하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의 거동 방식을 결정한다. 과거의 이론들이 새로운 이론들에 의해 대체되는 상황에서도 열역학 법칙은 그 중요성과 유효성이 더욱 공고하다. 다시 말하면, 열역학은 현대 문명을 떠받치는 기반이다.

열역학의 핵심이 되는 세 가지 법칙은 다음과 같다. 


열역학 제1법칙

우주의 에너지는 일정하다.

    

열역학 제2법칙

우주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열역학 제3법칙

계의 온도가 0K에 가까워지면 엔트로피는 일정한 값으로 수렴한다.


2. 삼법인(三法印)


삼법인(三法印)은 불교의 특징을 가장 단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불교의 깃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법인(dharma mudra)’이란 ‘법의 표지(標識)’라는 말이다. 삼법인은 불교를 다른 종교나 사상과 구별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이 된다. 삼법인과 일치하는 사상이면 불교이교 그 반대이면 불교가 아니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삼법인을 통해 존재의 참모습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된다. 

삼법인은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일체개고(一切皆苦)의 형식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무상과 무아의 개념 속에 논리적으로 고(苦)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일체개고 대신 열반적정(涅槃寂靜)을 넣어서 ‘제행무상, 제법무아, 열반적정’의 형식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제행무상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한다.


제법무아

모든 변하는 것에는 자아(自我)라는 실체(實體)가 없다.


열반적정

무상과 무아의 진리를 완전히 깨치면 모든 번뇌와 고통이 사라진다.


3. 열역학 법칙과 삼법인의 유사성


3.1. 열역학 제1법칙과 제행무상: 현상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에너지의 형태는 수시로 변한다. 자동차의 예를 보자. 엔진에서 화학 에너지가 들어있는 휘발유가 연소하면서 열 에너지가 발생한다. 열 에너지는 의해 피스톤 내의 공기가 팽창하는 운동 에너지로 전환되어 자동차를 달릴 수 있게 한다. 그 운동 에너지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전기 에너지를 라이트에 보내면 빛 에너지가 된다.  경적을 누르면 소리 에너지가 된다. 심지어는 우리가 고정 불변이라고 생각하는 물질도 에너지의 한 형태일 뿐이다(E=mc2). 열역학 제1법칙에서 '우주의 에너지는 일정하다'는 말은 세상의 모든 것이 에너지의 형태로 변한다는 것이다. 


제행무상은 모든 존재의 속성은 항상 그대로 있지 않고 변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존재하는 그대로의 자연계와 인간계를 볼 때 모든 것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바뀌고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산이나 바위 같은 것들은 불변적인 것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시도 쉬지 않고 변하고 있다. 자연도 인간도 그리고 물질적인 것도 정신적인 것도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쉬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단 한순간도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존재란 여러 요소들이 여러 조건에 의해 모여 있는 집합체에 불과하기 때문에 존재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와 조건들이 변하거나 사라지면 존재 역시 변하거나 사라진다. 그런데 존재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고정 불변적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존재도 무상한 것일 수밖에 없다.


열역학 제1법칙에서 말하는 내용과 제행무상이라는 설명은 일맥상통한다. 물질은 겉으로 보기에 고정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에너지의 흐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는 원자핵을 중심으로 해서 전자(電子)와 중간자(中間子)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운동체이다. 이와 같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는 물질 역시 고정 불변한 것일 수는 없다. 무상한 것이다.


3.2. 열역학 제2법칙과 제법무아: 방향


열역학 제1법칙에 의하면 에너지는 변화한다. 그렇다면 왜 변화하며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는가를 설명한 것이 열역학 제2법칙이다. 그 설명의 중심에는 엔트로피가 있다. 엔트로피는 1865년 클라우지우스에 의해 새롭게 제안된 물리량이며, 1877년 볼츠만에 의해 확률론적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엔트로피는 확률적으로 무질서한 정도를 의미한다. 우주의 모든 변화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쪽으로 진행된다. 다시 말하면 무엇인가가 잘 섞이는 방향 즉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쪽으로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온도가 높은 상태는 물체를 이루는 분자나 원자들이 빠르게 운동하고 있는 상태다. 온도가 낮은 상태는 느리게 운동하고 있는 상태다. 열이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흘러가는 것은 서로 나누어져 있던 빠르게 운동하는 분자들과 느리게 운동하던 분자들이 섞이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빠르게 운동하는 원자나 분자들이 느리게 운동하는 원자나 분자와 섞이면 열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간 것처럼 보이게 된다. 운동에너지와 열에너지 사이의 변환도 마찬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운동에너지는 물체를 이루는 모든 원자들이 한 방향으로 운동하고 있을 때의 에너지이다. 그리고 열에너지는 모든 원자들이 불규칙하게 운동하고 있을 때의 에너지이다. 따라서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는 것은 원자들의 운동 방향이 섞이는 것 이라고 볼 수 있다.


제법무아는 '모든 변하는 것에는 자아(自我)라는 실체(實體)가 없다'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모든 변화는 자아라고 할만한 실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아(ātman)’란 생멸변화를 벗어난 영원하고 불멸적인 존재인 실체(實體) 또는 본체(本體)를 말한다. 모든 것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즉 인연 따라 생긴 것은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기 때문에 고정불변의 실체란 없다. 무아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자기중심적 사고와 아집(我執)이 허망한 것임을 일깨워준다.


열역학 제2법칙과 제법무아는 왜 변화가 일어나는 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열역학 제2법칙과 제법무아는 열역학 제1법칙과 제행무상에 대응하는 형이상학(metaphysics)이라 하겠다. 


3.3. 열역학 제3법칙과 열반적정: 안정


열역학 제3법칙에 따르면 계의 온도가 절대영도인 0K에 가까워지면 엔트로피는 일정한 값으로 수렴한다고 한다. 절대영도에서는 모든 열운동이 없으며, 완전 결정에서는 모든 원자나 이온들이 규칙적이고 고른 배열을 하고 있다. 입자들이 국지화(localization)되고 열운동이 사라진다는 것은 엔트로피의 변화가 0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열반적정은 무상과 무아의 진리를 완전히 깨쳐 모든 번뇌와 고통이 사라진 상태를 말한다. ‘열반’과 ‘적정’은 동의어로서, 열반의 의미가 바로 ‘적정’이다. 열반이란 산스크리트어의 니르바나의 음역으로서 글자 그대로 불이 꺼진 상태를 의미한다. 즉 ‘불타고 있는 것과 같은 괴로움이 완전히 소멸된 상태’를 의미한다.


열역학 제3법칙이 물리적인 상태에서 절대적인 안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면 열반적정은 정신적인 상태에서의 절대적인 안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열역학 제3법칙과 열반적정 모두 열의 소멸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작가의 이전글 모순, 그 사랑의 애틋함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