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쓴 산문집
2013년 상반기에 시흥시에 있는 직장으로 이직했다. 지방에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주말부부 생활을 이어갔다. 퇴근 후에는 가족과 인터넷으로 통화하고 직장 동료들과 어울리기도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허전함이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도서관에서 독서 동아리 회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남는 저녁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으려고 시흥시 도서관에 회원 가입을 해둔 상태였다. 비록 그 동아리는 여러 사정으로 중단되었지만, 나에게 도서관 활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아리 활동과 더불어 도서관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석했다.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도서관 지혜학교’, ‘독서 토론 리더 과정’, ‘책과 함께 만나다’, ‘글쓰기 강좌’, ‘인문학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책을 읽고 프로그램을 수강하면서 틈틈이 글을 썼다. 처음에는 몇 줄을 쓰는 것조차 힘들었다. 필사하고 토론한 내용을 글로 옮기고, 참고 도서와 문헌을 찾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재미도 느끼게 되었다.
한 편, 두 편의 글을 써서 컴퓨터 폴더에 보관해 두었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글들이 시나브로 쌓였다. 소중한 글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분류해 보니, 책을 읽고 쓴 소감인 독후감과 서평(‘책 읽는 도서관’), 남들이 보기에는 다소 엉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패러디와 창작물(‘생각을 키우는 도서관’), 그리고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을 기록한 글(‘일상이 특별해지는 도서관’)로 나눌 수 있었다. 이제는 세상에 나가 제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글들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고자 한다.
몇 년 전부터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지만, 도서관을 찾는 발길은 여전하다. 도서관은 책을 읽고 글을 구상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때때로 도서관에서 마치 내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서가를 가득 채운 책들, 친절하게 도서를 안내하는 사서 선생님들, 시민을 위해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주무관님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앞으로 이어질 또 다른 10년 동안 내가 도서관에서 무엇을 이루어 나갈지 상상해 본다.
▣ 목차
머리말…004
★ 책 읽는 도서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011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논어』와 안핑 친의 『공자평전』…015
힐러리 맨틀의 『울프 홀』, 『튜더스, 앤 불린의 몰락』…018
요조의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는 기분』…022
박지현의 『그래, 나는 연필이다』…024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027
정유정의 『종의 기원』…029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035
김승옥의 「무진기행」…046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050
매들린 밀러의 『키르케』…055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059
레일라 슬리마니의 『달콤한 노래』…062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067
신영복의 『담론』에서 ‘버섯 이야기’…069
이도우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074
★ 생각을 키우는 도서관
나 헤밍웨이야!…083
쿤데라 씨! 영원회귀가 뭐예요?…091
글쓰기에 대한 소중한 경험…101
커피에 목숨 건 사람들…105
회화나무 꽃과 박완서와 엔트로피…115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117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129
바틀비 이야기…148
손 이야기…152
영생(永生)에 대한 소고(小考), 열역학적 관점에서…156
제인 오스틴 이야기…162
웃음과 기사단…169
필경사이야기…175
★ 일상이 특별해지는 도서관
들어봐! 개심사와 천리포수목원 나무들의 이야기를…183
건망증…188
오디의 추억…193
패랭이꽃…196
숭늉, 느림의 미학…199
소나기…201
뒷담화…204
기억에 남는 선물…207
루피 예찬론…209
유희춘과 송덕봉…212
마라톤 응원…217
엄마의 기우(杞憂)…221
Let it go…224
회화나무 꽃을 기다리며…227
옥구천의 터줏대감 까치…233
옥구천의 철새 친구들…237
낮은 기억, 시흥스마트허브 구내식당…239
할머니의 깻잎전…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