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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깨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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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래로 Jul 10. 2021

미노타우르스

나—나를 죽이려던 이방인을 죽이고 말았네

도덕이란 내겐 너무 멀어 손에 잡히지도

—눈으로 그리지도 마음에도 품을 수 없어

가느다란 실패를 건네받아 이어져 이어—여기

있음을 굳게 믿고 미움을 가득 안고 나아가

이렇게 떨릴 수 있구나 고갤 흔들며 애써 또

애써—그리 멀지 않음을 희망하며 굳게 나아가

—여기 이곳은 무단횡단이 필요한 때—바쁘게

헤매는 나는—이따금의 범법자 괜히 바쁜 존재

때가 찾아올 때에 언제나 하고야 말고 마는—나는

아슬아슬한 눈치와 시선이 내게 내려—판결받는 존재

그 순간이 나를 뒤덮어도—나는 그 위를 아슬아슬 걷는

—가만히 걸어가는 존재 애매하게 살아가는 존재—경계 안에서


그래 인간 나도 인간

내게 너무 가까워 잡힐듯하단 말이다는 말이다

손으로는 손으로도 손이다는 손이다

눈으로는 눈으로도 쉽게 눈이다는 눈이다

마음으로는 그저 마음으로도 마음이란 마음이다는 마음으로

죄가 저질러지곤 한다—가끔은 이끌려가기도 한다

끌려가듯이—아 냄새가 난단 말이다는 말이다


우회하고 싶지만 미로를 돌아갈 수 있었나

미로는 미로를 피해 갈 수 있었나

—세상은 이 세상 피해 갈 수 있었나—

그게 과연 미로인가? 미로는 미로인 미로인가


벽과 벽 사이가 가까운 만큼이나——이처럼

법과 법 사이가 너무 가까워———아

나는 헤맬 수밖에 없는걸———그대는

실패를 움켜잡고 갔던 길을———그만 오라

그 길은 내가 먼저 걸어왔던 길이었음을———내가 이미

돌고 또 돌아 돌고 돌아 돌아 돌아———와있음을

내가 먼저 그 길을 따라 걸어갔음을——그래 한 인간이

나도 인간—먼저 다가갔음을

그대 앞에

마주 섰음을 세상 전부를———홀로

이 미로를 부서 꿰뚫은 채

이 세상 전부를 지고 왔음을

한 인간의 죽음을———온전히

———여기 나 지고 왔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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