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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깨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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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래로 Jun 03. 2021

결국 내가 나의 영웅들을 흉내 내어

단 한 글자라도

써 내려갈 수 있다면,

그것은 병

나의 병


만약 두 글자라면, 만약 세 글자라면

병자, 병자들


내게 능력이 허락돼 그 언젠가

그것이 다시 한번 진실로 허락된다면

그 언제나 병으로 시작했던

나의 병

이것은 병


병이

병자가

병자들은

병자들에게

병자들이 과연?

병자는 병자들로부터 언제?

병자들과 병자들이 또 어떻게?

병자가 병자들의 병자를 도대체 왜?



어느덧 낱말의 뭉치는 쏟아지는 사태가 되어

저 산 아래 마을로

내가 그렇게 경고했건만

병이라고!

아직 그 자리에 여전히

박혀버리고만 저곳을 향해

나의 병, 이것은 병

까맣고, 또 무겁게 덮어버리고는

끝나는 것이다 

병인채로

이것은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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