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목소리
「AI 관리위원회 내부 지침」
제12조(재교육 완료자 관리)
① 재교육 완료자는 복귀 후 90일간 집중 모니터링 대상으로 분류한다.
② 업무 패턴, 프롬프트 작성 경향, 대인관계 변화를 실시간 추적한다.
③ 모니터링 결과는 본인에게 통지하지 않는다.
복귀 첫 날. 새로운 사건이 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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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번호: 2091-SH-113601]
피고: 강민X(31), 초등학교 교사
혐의: 교육과정 중 AI 시스템 비판 발언
결손율: 23%(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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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가 내 책상 위에 사건 파일을 내려놓았다.
"간단한 케이스네요. 수업 중에 'AI가 모든 걸 결정하는 게 맞나요?' 라고 물었다가 학부모에게 신고 당했어요."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진 내용 때문인거지?"
민서가 어깨를 으쓱했다. "문제는 의도겠죠. 단순한 호기심인지, 의심의 씨앗 전파인건지."
그녀의 말은 중립적이었지만 나에게 머무는 눈빛은 오래 머물렀다.
나는 파일을 넘기며 생각했다. 이건 단순한 질문일 뿐이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불안을 불러올 수도 있지.
두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강민X을 직접 만났다. 교장실의 푹신한 소파에 앉아 있던 그녀는 의외로 담담했다.
"도덕 시간에 나온 질문이었어요. 교과서에는 AI의 장점만 나와있길래 아이들에게 물어봤어요. '정말 좋은걸까?' 라고요."
나는 끄덕였다.
"그럼 아이들이 뭐라고 답하던가요?"
"한 아이는 '편하다' 라고 했고, 다른 아이는 '무서울 것 같다'고 했어요. 그냥 저는 단지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게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 교육자는 사고의 자유를 키워야 한다.
- 교과 과정을 벗어난 발언은 문제가 된다.
나는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목 안쪽이 타는 듯 건조해졌다.
사건 콘솔 앞에 앉았다. 프롬프트 입력창이 깜빡인다.
두 개의 문장 앞에서 망설이는 그때, 민서가 내 옆에 와서 앉았다.
"프롬프트 입력이 늦으시네요."
"... 상황을 좀 더 확인 중이야."
"그럴 수도 있죠." 민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시스템 로그엔 입력 지연 시간이 그대로 남잖아요. 괜한 오해 사실까봐 그래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커서만 화면 위에 깜빡이고, 나는 손가락 스트레칭을 해보이며 한 자 한 자 입력하기 시작했다.
몇 시간 후 뜬 AI의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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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X: 교육과정 위반(경미), 사회 질서 교란 시도(경미)
처벌: 경고 2회, 교육과정 준수 서약, 1개월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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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가 결과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적절하네요.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요."
적절했나?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날 밤에도 어김없이 손목 밴드가 진동한다.
오늘의 감정을 입력해주세요.
익숙했던 패턴이 어느 순간부터 피곤함을 가져다준다.
나는 피로를 택하고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