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일을 하는?
전주에서의 워케이션이 끝난 날이었다. 아침 일찍 준비하고 짐을 싸서 전주 독서 대전에 참가했다가 다른 도서관을 구경하기 위해 조용히 빠져나왔다. 숙소와 점점 멀어지다보니 긴장과 설렘이 뒤섞였던 며칠의 시간이 서서히 현실로 내려앉고 있었다. 직전에 전주 한옥마을 도서관에서 빠져나와 책기둥 도서관을 검색했다.
전주시청과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 도서관이 위치한 걸 보면, 시청 옆에 위치한 도서관이겠거니 생각했다. 발걸음을 책기둥 도서관을 향해 놀렸지만, 내가 멈춰선 곳은 도서관이 아니라 시청 입구였다. 잘 찾아온 것이 맞나 싶어 지도를 확대해봐도 시청 정문으로 들어가야만했기에, 들어가서 시청 직원에게 물어볼 심산으로 정문에 들어섰다.
로비 한가운데 우뚝 선 네 개의 거대한 책기둥이 눈을 압도했다. 실제로 기둥의 역할을 하듯 천장까지 높이 세워진 책장들 사이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다. 마침 점심 시간이었기에 조금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직원처럼 보이는 사람들 무리가 목에 건 신분증을 어느 시점에서 찍고 들어가는 걸 보면 '정문-도서관-시청 직원 공간' 이렇게 통하는 듯해 보였다.
1층엔 카페도 있어서 분주히 커피를 내리는 소리가 가득했고 웅성거리는 소리도 울렸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 누구도 곁눈질로 눈치를 주거나 흘긋 쳐다보지 않았다. 2층에 올라가니 더욱 본격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았다.
도시는 이렇게도 시민을 맞이할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전주 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주시가 책의 도시를 꿈꾸어 만든 이 공간은 단순히 책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던 듯하다.
도서관의 네 개의 기둥은 각각의 이야기를 가지고 건물을 받치고 있었다.
'월드' 기둥에서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전 세계의 독서가들에게 눈길을 주었고
'전주' 기둥에는 이 도시의 기억과 뿌리를 책의 형태로 마주하게 했다.
'시민' 기둥에는 사람들의 취향과 마음이 고스란히 꽂혀 있었고
'출판사' 기둥의 책들은 누군가에게 전해지길 기다리는 신선한 추천처럼 보였다.
생일 책장을 발견했을 때에는 손을 뻗어 내 생일, 친구의 생일, 기념일 등을 찾아보기에 바빴다. 누군가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이 아이디어는 언제 봐도 재미있다.
책들이 빽빽하게 쌓여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모습은 어디선가 우리를 지탱하는 기둥들도 분명 문자와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내가 읽어온 문장들, 내 안에 쌓인 기억들, 내가 사랑해온 이야기들이 결국 나를 세워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이 근처 어디에 가도 시청 직원들이 밥을 먹고 있어 붐비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쇼파에 앉아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지금 어떤 페이지에 머물러 있는 걸까 하며 확인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전주에서의 나날을 떠올리며, 나는 또 한 번 책을 통해 다음 장으로 넘어갈 용기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