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한 특별한 일본살이
다이칸야마 T-SITE 츠타야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츠타야서점(蔦屋書店). 그곳의 그림책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그래서 오늘은 해인과 다이칸야마로 나섰다.
다이칸야마 츠타야는 기존의 서점 분류방식처럼 ‘아동서(兒童書)’ 대신 ‘아동(KIDS)' 코너가 있다. 아동코너는 전체 3관중에 1관 2층에 위치하고 한 층의 반 정도를 차지한다. 그 면적의 반은 통 유리벽을 따라 책 읽는 공간이고, 나머지가 서가다. 소파는 기존 의자 방식이 아닌 매트 형식이어서 움직임이 많은 아이들과 짐이 많은 부모들에게 적합했다. 아이를 데려오는 가족들이 편하게 책을 보며 충분히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았다.
아동코너에는 어린이 책은 물론이고 책의 주제와 연관된 음반, 영화 DVD, 미술품, 완구, 생필품, 장식품, 주방용품, 엄마들을 위한 책과 잡지까지 진열하고 있다. 즉 파티(Party)를 테마로 한 진열대에서는 파티 관련 그림책은 물론이고 이를 요리(Cook)로까지 확대해 요리관련 그림책과 완구, 주방용품(스푼과 포크, 앞치마 등), 아이들 간식요리법을 소개하는 그림책, 후식의 역사 그림책, 무려 ‘타샤 튜더’의 요리 그림책까지 볼 수 있다. 그러니까 한 가지 섹션에서 파생되는 지적 호기심을 그 자리에서 충족할 수 있도록 분야별 아이템을 수평적으로 배치 한 것이다.
“얘들아 파티에서 먹을 것들을 너희들이 준비해 보면 어떻겠니?” “나라별로 파티 음식은 이렇게 다르단다.” “요리할 때 이 앞치마는 어떠니?” “어머니! 아이들 파티와 관련해서 이 책 한 번 보실래요?” “파티에 쓸 아이들 스푼으로 이런 건 어때요?” “파티에서 빠질 수 없는 케이크를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보세요?”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진열대는 그야말로 아이는 물론 엄마에게까지 츠타야에서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총체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저자와의 만남 이벤트였다.
일본에서 <철학에세이>를 확립한 작가로 알려진 ‘이케다 아키코(池田 晶子, 국내도서로는 <열네 살의 철학> 등이 있다.)’ 츠타야는 그녀의 사후 10년을 기념해 유명한 작가로부터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연속 토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마지막 주자가 요시타케 신스케였고, 그의 토크와 사인회를 홍보하는 평대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우선 신스케의 그림으로 만들어진 POP가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 아래 신스케의 여러 책들과 신스케를 다룬 잡지가 보였다. 반대편에는 이케다 아키코의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 유명 그림책 작가가 자신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던 과거의 작가를 얘기토록 하여 동시에 두 작가의 책을 홍보하는 전략이다. “내 아이가 아키코와 신스케처럼 창의적이고 올바르게 사고할 수 있기를 원하세요? 그렇다면 이런 책들을 권합니다.” 이 제안을 하기 위해 츠타야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토크 이벤트와 POP, 철학과 창의성을 연결할 수 있는 책들로 큐레이션 하였다.
츠타야 아동코너에는 두 명의 직원이 있다. 직원들은 뭔가를 의논하고 책의 진열상태를 점검하고 있었고, 이따금 고객의 문의에는 적극적으로 응대해 주었다. 나 역시 엄마를 위한 그림책과 아이를 위한 그림책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평대부터 시작해서 각각의 서가마다 특징을 설명해 가면서 책들을 골라주었다. 이들은 단순히 계산하고 정리하는 직원이 아닌 아동코너의 진열과 전시, 이벤트를 기획하고 총괄하는 큐레이터처럼 보였다.
6월은 일본의 장마시즌이어서인지 서점마다 ‘비’를 주제로 한 그림책들을 비중 있게 전시했다. 츠타야도 다르지 않았는데, 표지 진열이 된 서가에서 우리나라 류재수 작가의 <노란우산>을 발견하고 무척 반가웠다. 초등학교 저학년 과제도서에는 <둥지상자>가 전시되고 있어 자랑스러웠다.
어느 덧 해인이 배속 시계가 점심때를 알렸다. 어디를 가야 할 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T- SITE, 'IVY PLACE'로 갔다. 이곳은 평일에도 줄을 서야할 만큼 인기 있는 곳이다. 주중에는 런치메뉴가 비교적 싸면서도 맛도 좋고, 직원들도 친절하며 게다가 커피는 리필도 해 준다. 그냥 간단히 해결하고 싶으면 어린이코너가 있는 1관 1층 편의점을 이용하면 된다.
그밖에 T-SITE는 갈 곳도 볼 곳도 많다. 세 동의 건물마다 특징 있는 숍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무척 별나다. 특히 CD는 물론 LP까지 많은 음반을 보는 것도 놀라운데, 모던하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까지 갖춘 뮤직코너가 무척 인상 깊었다. 그 외에 츠타야와 협업하는 스타벅스는 물론이고, 리사이클링 숍, 강아지 정원과 숍, 원목 완구점 등이 있는데, 완구점 안에도 그림책 서가가 있다.
가족과 함께 방문했을 때 취미나 관심사항이 서로 다른 구성원마다 높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다이칸야마 츠타야. 이만한 복합문화공간이 또 있을까 싶다.
다이칸야마 T- SITE 츠타야 → IVY PLACE(점심) → 사이고야마공원 → 나카메구로로 강변 → 카우북스 → 부젠보(저녁) → 뎃셍(Dessin)
* 사이고야마공원(Saigoyama Park, 西鄕山公園): 다이칸야마 츠타야에서 역과 반대 방향의 큰 도로변으로 5분가량 걷다보면 닿는 작은 공원.
* 카우북스(COWBOOKS): 사이고야마공원에서 걸어서 7분가량 아래로 내려와 벚꽃의 명소 나카메구로의 강변을 따라 걷다보면 닿는다. 일본에서 '이동 중고서점'을 처음으로 선 보였고, <생활수첩>의 편집장이자 문필가인 ‘마추우라 야타로’씨가 만든 책방으로 서양 에세이, 미술 서적, 요리 서적, 아동서, 잡지, 사진집 등을 주로 취급하는 중고책방. 카우북스에서 책을 고르고 맛집을 물었더니 추천 여행지와 맛집을 소개하는 지도를 주었다. 특히 부젠보(Buzjenbo)라는 우동집과 문을 연지 올해로 51년째 되는 키친 펀치(Kitchen Punch)를 추천해 주었다. 또한 아이들을 위한 핫케익 전문점도 추천해 주었는데, 나카메구로 츠타야가 있는 도로변에 있다.
* 부젠보(Buzjenbo, 우동집): 나카메구로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고, 대기 줄이 길고, 주문을 한 후 또 15분을 기다려야 하지만, 그 맛이 일품이다. 저녁에는 일본 전통 술 맛을 볼 수도 있다. 우동집 가는 골목길에는 100년 된 음식점 등 볼거리도 제법 있다.
* 중고책방 뎃셍(Dessin): ‘엄마와 아기가 즐거운 책방’을 모토로 하는 동네 서점. 주인인 오다와씨와 그림책텍스트디자이너이면서 서점 일도 하는 와다나베씨가 엄선한 희귀하고도 오래된 그림책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