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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그림책여행]미와서점(みわ書房)

아이와 함께 한 특별한 일본살이

by 연화향

미와서점(みわ書房)


진보초 헌책방거리에는 도서, '아주 오래된 서점(古本道場)'에도 소개가 된 어린이도서 전문 헌책방 '미와서점(みわ書房)‘이 있다. 이번에는 해인이 없이 홀로다.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헌책순례를 떠났다. 칸다고서점센터 (神田古書センター)' 에 위치한 이 서점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면 바로다.


일본 초기 그림책과 절판이 된 그림책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중고그림책들과 빛이 바랜 동화책 등이 그야말로 빼곡한 책방! 그 안에 서 있자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어느 순간에 온 것 같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춘 채, 좁은 복도를 따라 촘촘히 진열된 책들을 훑어 보다 문득 바라본 곳이 있었다. 한 명이 겨우 들어 갈만한 공간에서 1983년부터 줄곧 이 서점을 지켜온 듯 보이는 할아버지. 무엇인가 열심히 쓰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그림책을 아주 좋아합니다. 혹시... 제가 읽을 만한 그림책을 추천해 주시겠습니까?"

"자신이 읽을 책이면 스스로 찾아보세요."


할아버지의 메마르고 짧은 답변에 살짝 주눅이 들었지만, 눈에 들어온 몇 몇 책들에 곧장 마음을 쏟았다. 어느 새인가 곁으로 다가온 할아버지는 "'토미 디 파울라(Tomie De Paola)'는 유명한 그림책 작가지요. <Sing Pierrot Sing>, 이 책은 이제 절판이 되었어요. 셀레스티노 피아티(Celestino Piatti)의 <The Happy Owls>도 역시 절판되었는데 좋은 책입니다."라며 그림책 두 권을 보여 주었다. 30년 전에 만들어진 글이 없는 그림책, <Sing Pierrot Sing>은 마임(Mime)을 소재로 한 독특한 그림책이고, 54년 전에 만들어진 <The Happy Owls>은 굵은 선에 강렬한 색감, 판화적 표현이 돋보이는 그림책이었다. 권해준 책들이 내 맘에도 아주 쏙 들었다. '이와사키 치히로(松本知弘·1918∼1974)'의 그림책도 보여 달라 요청했더니 할아버지는 그녀의 책을 몽땅 찾아다 주었다. 그밖에도 일본그림책을 비롯해 여러 권의 그림책을 꺼내 보여 주었는데 어느새 한 아름이 되었다. 처음의 서먹하고 어색하던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할아버지와 주고받는 대화엔 친근함이 늘어갔다. 이번엔 할아버지 사진을 찍고, 이를 사용을 해도 좋은 지를 여쭙자 흔쾌히 허락하며 포즈까지 취해 주었다. 성함을 묻는 질문에는 '진보초 고서점 지도(MAP)'에 손수 이렇게 적었다. 2017. 5. 17 '미와 타카시(三輪 峻, Takashi Miwa).' 그러니까 미와서점은 자신의 성을 걸고 만들었다는 것인데, 그만큼 어린이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기 때문이리라. 아니면 한없이 그리운 어린시절을 서점을 통해 붙잡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미와서점은 어린시절에 읽은 그리운 책이 가득합니다. 옛날과 지금의 어린이들이 즐길 수있는 가게입니다."(홈페이지 소개글)


어느 덧 시간이 훌쩍 지났다. 끝으로 '미와 슌'씨에게 7살(한국나이 8살) 해인이 재밌게 볼 그림책을 부탁했는데, ‘안노 미쓰마사(安野光雅, 1952~)’의 첫 번째이자 대표 그림책인 《이상한 그림(ふしぎなえ, 1968년,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한그림책>’으로 출판)》을 보여 주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표지부터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상한 점들을 설명해 주었는데, 해인도 좋아할 것 같아 얼른 선택했다. 가격도 420엔이라니.


가을에 있을 '진보초 북페스티벌'에 다시 오겠다고 인사하고 선택한 책들의 값을 지불하는데, 무려 700엔을 할인해 주었다. “서비스!” 라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순간, 미와 슌씨는 책 두 권을 덤으로 주었다. 이번에도 “서비스!” 라며 수줍게 웃기까지. 깊은 감사와 짙은 아쉬움을 담아 마지막 인사를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1층 문이 열리는 순간 난 다시 현실로 돌아온 것 같았다. 내가 구입한 책과 선물로 받은 책의 무게가 더욱 현실감을 부추겼고, 그만큼 미와 슌씨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비켜갈 수 없는 세월 탓에 몸은 비록 늙었지만 누구보다 생생한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미와 슌씨가 부디 건강하길, 오래도록 미와서점을 지켜 나가 주기를 간절히 빌었다. 타임머신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미와서점과 순박한 책방지기 미와 슌씨를 만나러 가을에 다시 와야겠다.


미와서점에 대한 생각의 끈이 조금씩 줄어들자 비로소 허기를 느낀 난 진보초에서 유명하다는 카레집을 찾았다. 갈색이라기엔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키친 난카이(キッチン南海)'의 '카츠카레(カツカレー)'를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역시 착한 가격(750엔)에 맛도 좋은데다 양까지 많았다. 배가 고파서 먹었는데도 결국 남길 정도로.


서둘러 다시 헌책고서점 순례!

불과 몇 곳을 다녔는데 벌써 책방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아직도 볼 것 들이 너무 많고 가야할 곳도 많은데...' 라고 느끼는 순간 조바심이 바짝 바짝 일었다. 대체 몇 번을 더 와야 성이 찰까! 한편, 지천에 보물을 두고도 그 진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내 수준에 등꼴이 오싹할 정도로 초조했다. 이 불확실함을 잘 버티며,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으로 바꾸리라 다짐해 본다.



<함께 찾아가기 좋을만한 곳>

미와서점 → 런천(ランチョン, 점심) → 헌책방 순례 → 신간서적 책방 → 치킨 난카이(저녁)


* 미와서점: 오전 10시 ~ 평일 6시 30분, 휴일 5시 30분까지

이곳에서 진보초 고서점 지도를 꼭 챙기시길!

〒101-0051 東京都千代田区神田神保町2-3 神田古書センター5F


* 고양이서점(神保町にゃんこ堂): 일요일 휴무

600종류의 2천권의 고양이책을 보유하고 있는 고양이전문서점

〒101-0051 東京都 千代田区 神田神保町2-2 姉川書店 内


* 동경당서점(東京堂書店): 연중무휴

책을 보며 일품요리와 차를 즐길 수 있는 곳

1 Chome-17 Kanda Jinbocho, Chiyoda, Tokyo 101-0051


* 삼성당서점(三省堂書店): 토,일 휴무

〒101-0051 Tokyo, Chiyoda, Kanda Jinbocho, 1 Chome−1


* 런천(ランチョン神保町 ): 일요일, 공휴일 휴무

맥주홀&양식집으로 맥주가 맛있는 곳, 커피는 없음. 점심메뉴를 먹어보길 추천한다.

〒101-0051 東京都千代田区神田神保町1-6


* 키친 난카이(キッチン南海): 일요일 휴무, 오후 3~5시 브레이크 타임

〒101-0051 1 Chome-5 Kanda Jinbocho, Chiyoda, Tokyo



<추천받은 도서>

1. 안노 미쓰마사(安野光雅, 1952~) <이상한그림책>

2. 토미 디 파울라(Tomie De Paola) <Sing Pierrot Sing>

3. 셀레스티노 피아티(Celestino Piatti) <The Happy Owls>

4. 이와사키 치히로(松本知弘·1918∼1974) <ふたりの ゆきだるま>


5층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바로 미와서점이다.
한 명이 겨우 들어갈만한 공간에서 35년째 책방을 지키는 미와 슌씨.
진보초고서점 지도에 이름을 적어 주었다.
내게 추천한 그림책을 들고 포즈를 취해 준 미와씨.
미와서점에서 구입한 책들.
미와 슌씨에게 덤으로 받은 책.
키친 난카이에서 가장 유명한 '카츠카레'
비어홀이자 양식집인 런천(ランチョン神保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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