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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서보다]크리스마스트리

그림책에서 보는 엄마가 행복한 육아

by 연화향

크리스마스트리

미셸 게 그림/글, 강경화 옮김, 시공주니어 출판


벌써 12월 23일이에요!

"마리조, 랑베르떼쉬 아저씨네 가서 크리스마스트리로 쓸 만한 전나무가 있는지 여쭈어 보렴. 금세 어두워질 테니까 늑장부리면 안 된다!"

마리조가 대답했어요.

"알았어요, 엄마! 조, 비케트, 같이 가자. 할 일이 생겼어!"


이렇게 해서 마리조는 강아지 조와 염소 비트를 데리고 심부름을 갑니다. 아니 모험을 떠나죠!

가는 길에 새끼고양이들까지 따라오는 바람에 마리조는 신경 쓸 일도 챙길 일도 생깁니다. 마침내 도착한 랑베르떼쉬 아저씨네에서 마음에 드는 크리스마스트리를 골랐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적당히 큰 것이었어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마리조는 힘이 세거든요. 전나무에 끈을 묶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리조는 얼마나 뿌듯했을까요. 하지만 이 자신감도 잠깐, 새끼고양이들이 또 사라졌습니다. 눈길 걷기가 힘들었던 새끼고양이들이 전나무 가지에 숨은 걸 강아지 조의 도움으로 겨우 찾아냅니다. 다시 집으로 가는 길! 더 이상 힘든 일이 없길 바랐지만 새끼고양이들을 겁주는 걸 좋아하는 큰 개 페스코 옆을 안절부절하며 지나갑니다.


엄마가 말했어요.

"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걱정했는데...... 어쩜, 참 멋진 전나무구나!"


그렇습니다. 엄마는 마리조를 심부름 보냈지만 걱정을 했을터입니다. 그리고 무사히 돌아온 아들이 대견스럽기만 하지요! 엄마 품에 안긴 마리조는 모험을 한 시간만큼 또 한뼘 자랐습니다. 마리조 엄마는 아들이 스스로 홀로설 수 있도록 적당히 모험을 하게 합니다. 점점 그 모험의 길이는 멀어지겠지요. 그리고 언젠가 스스로 떠날 날이 올 것이구요.


엄마는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고 격려해 주는 존재라는 것을 이 그림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마주하는 문제들을 극복해 나갑니다. 그 시간들은 삶의 큰 자산이 되고요. 엄마의 걱정과 불안 때문에 해인이가 꼭 해야 할 경험이나 모험의 기회를 가로 막아서는 안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또 해인이가 최선을 다한 결과를 놓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태도를 보여 줘야 하는지도 기억해 둡니다.


이 그림책을 만든 '미셀 게'는 아이와 엄마의 건강한 관계에 대해, 아이가 어려움을 맞아 스스로 헤쳐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자연스럽게 간결하게 표현했습니다. 기막힌 반전이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없는대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건 왜일까요? 작가가 엄마와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표현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고 서로 마음을 나누면 좋을 이 그림책이 잊혀지지 않길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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