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서 보는 엄마가 행복한 육아
올리비에 던리아(글,그림)/박향주(옮김)/열린어린이(출판)
사실 저는 눈을 맞기 보다는 눈을 바라보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눈을 맞으러 나간다는 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거든요. 제게는요.
그러나 엄마가 되고 나선 달랐습니다.
어느 눈 오는 날, 저는 아이에게 눈을 직접 보여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림책 <눈이 와!>의 엄마처럼 꽁꽁 싸매고 집을 나섰지요.
"아가야, 눈 냄새를 맡아 봐!"
아기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어요.
"아가야, 눈 오는 소리를 들어 봐!"
아기는 숨을 참고 들었어요.
"아가야, 눈을 먹어 봐!"
아기는 입을 벌렸어요.
"아가야, 눈을 맞아 봐!"
엄마는 아기를 하늘 높이 올려 주었어요. (그림책 <눈이 와!> 중에서)
이어서 엄마는 눈사람을 만들고, 썰매를 타고, 얼음 곰을 타고 놉니다.
엄마가 아기였을 때 엄마의 엄마 또는 아빠와 했던 것처럼요.
몸과 마음이 기억하는대로 말이죠. 그리고 문득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분명 처음엔 아기를 위해서 한 눈놀이가 엄마인 나를 더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요.
그렇게 행복한 엄마를 바라보며 엄마품에 안긴 아기는 또 얼마나 행복할까요!
이 순간을 아기는 평생 기억할 것이고 또 다른 어린 생명에게 나눌 것입니다.
지금 내 아이가 아니었으면 아무리 눈이 온다할지라도 밖을 나서지 않았겠지요.
설령 눈을 보려고 나갔다 하더라도 코 끝이 빨개지도록 눈을 즐기진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모든 부모에게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인가 봅니다.
아이를 통해 엄마는 또 아빠는 온전하게 이 순간에 머무르며 충분히 느낄 기회를 얻으니까요.
그렇게 엄마는 '동심(童心)'을 누리며 마음이 충만해지고 치유되고 회복할 수 있습니다.
내가 엄마라서 참 다행입니다.
이 그림책은 "시리도록 춥고 추운 깜깜한 밤중에"라고 시작합니다.
작가 '올리비에 던리아'는 세상과 단절되어 여성역할로 규정된 육아의 현실을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눈이 온다는 것은 엄마만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의 기회를 의미하고요.
아기는 '함께'가 아니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충만함을 주는 존재입니다.
한껏 누리고 비록 똑같은 자리로 돌아왔지만, 엄마의 얼굴엔 여유와 미소가 퍼집니다.
혹시 매일의 육아가 시리도록 춥고 추운 깜깜한 밤중처럼 느껴진다면,
혹은 엄마라는 존재의 의미를 잃었다면 그림책 <눈이 와!>를 권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