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서 보는 엄마가 행복한 육아
에일린 스피넬리(글)/제인 다이어(그림)/김홍숙(옮김)/파란자전거(출판)
표지를 보는 순간 마음이 끌렸습니다. 소녀의 다리가 여덟 개라니요!
그렇습니다. 소녀는 소피라는 이름을 가진 거미에요.
이번에는 제목이 궁금합니다. 소피의 달빛 담요는 무슨 뜻일까?
제 마음 속 호기심에 ‘달칵!’하고 불이 밝혀졌습니다. 이 빛은 신선하기까지 했지요.
얼른 책장을 열어 봅니다.
“소피는 보통 집거미가 아니었어요.
소피는 예술가였지요.
소피가 만든 거미줄은 이 세상 어떤 거미줄보다도 아름다웠어요.
친구들은 소피를 놀라운 아이라고 불렀지요.
엄마는 그런 소피가 매우 자랑스러웠어요.
친구들은 또 이야기 했어요.
소피라면 언젠가 정말 멋진 작품을 만들 거라고요.”
‘너라면 언젠가 정말 멋진 작품을 만들 거야!’라는 말은 강력한 울림이 있네요.
이 문장을 읽는 동안 제 마음에 희망과 용기가 마구 피어오른 것을 느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꿈을 이루게 하는 힘이 되는 말 같아요.
이 말을 꼭 기억했다가 저에게 또 누군가에게 해 주어야겠습니다.
어쨌든 이런 소피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야 할 때가 되었지요.
모두에게 인정받을 만큼 특별한 재능을 가졌고,
친구들에게 용기를 듬뿍 얻은 소피의 홀로서기는 어땠을까요?
남다른 만큼 더 잘 될 거란 기대가 생기지 않나요?
새 집에 도착한 소피는 곧 일을 시작했어요.
현관에 달 거미줄 커튼을 짜는 일이었지요. 소피는 황금빛 햇살을 섞어 커튼을 짜고 또 짰어요. 그런데 이를 발견한 집 주인 아주머니는 “거미는 안돼!” 라고 소리치며, 걸레를 마구 휘둘렀습니다. 소피는 처음으로 자기를 싫어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 집을 떠나 소피는 선장 아저씨의 다락으로 갔습니다. 다락방은 온통 회색빛이었어요. 소피는 아저씨가 새 옷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파란색 소매며 깃을 짰어요. 이를 본 선장 아저씨는 “앗! 거미다!” 라며 비명을 지르곤 지붕으로 기어올랐어요. 소피는 자기 때문에 아저씨가 지붕에서 떨어지는 건 너무 싫었기에 다시 다락을 떠납니다.
이번에 소피는 요리사의 슬리퍼 속으로 들어갔지요. 슬리퍼는 낡아서 꿰맨 데다가 아주 더러웠습니다. 새 슬리퍼를 한 켤레 짜 주던 소피는 내동댕이쳐졌어요. 요리사는 끔찍하고 흉측하고 밥맛 떨어지게 못생겼다고까지 했습니다. 소피는 몹시 마음이 아팠지만 애써 품위 있는 걸음으로 요리사의 방문을 벗어났어요. 그리곤 긴 여행 끝에 혼자 사는 젊은 여인의 뜨개질 바구니 속에 들어가 잠이 들었습니다.
“이때쯤 되자, 거미의 세계에선 꽤 많은 시간이 흘러 소피는 할머니 거미가 되었어요. 기운이 없어진 소피는 자신에게 필요한 몇 가지를 짤 때만 빼고 대게 잠을 잤어요.”
그렇게 촉망 받던 소녀, 소피는 재능을 인정받기는 커녕 오히려 혐오와 두려움의 대상까지 되며 젊은 시절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그리곤 백발의 할머니가 되었지요. 소피에게 참 가혹한 삶입니다. 한편 ‘소피가 짰던 커튼과 소매와 깃, 슬리퍼는 받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문득 저는 ‘지금껏 그럭저럭 잘 살아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제 마음을 받아주고 알아주었던 가족과 친구들에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아직 제게는 시간이 있음에 크게 안도하며 제 꿈을 토닥였습니다. 이제 소피는 어떻게 되었냐구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젊은 여인은 소피를 발견하곤 조용히 미소만 지었답니다. 소피는 매일 여인이 뜨개질하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그 여인은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스웨터를 떴지요. 이제는 담요를 떠야 하는데 여인은 털실을 살 돈이 없었습니다. 이를 안 집주인 아주머니가 담요를 가져다주었지만, 이 담요는 구멍이 나서 너덜너덜하고 우중충했어요. 소피는 담요를 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뜨개질 바구니에서 나온 소피는 달빛에 별빛을 섞어서 담요를 짜기 시작했어요.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그 모든 것을 넣어 짰지요.
“향기로운 솔잎 이슬 조각...... 밤의 도깨비불......
옛날에 듣던 자장가...... 장난스런 눈송이......
막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을 때
소피는 담요의 마지막 귀퉁이를 짜고 있었어요.
그 마지막 귀퉁이에 바로 자신의 가슴을 놓고 있었지요.”
집주인 아주머니가 준 담요로 아기를 덮으려던 차에 젊은 여인은 창문턱에 놓인 담요를 보았어요. 이를 본 여인은 사랑과 놀라움으로 가득 찼고 그 담요를 아이에게 덮어주고 한 손을 얹은 채 잠이 들었답니다. 이렇게 탄생한 달빛 담요는 소피 생애 최고의 작품이었지요.
달빛 담요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것을 위해 최선을 다한 그 무엇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 나에게 달빛 담요가 되는 재료는 무엇일까요? 나는 지금 달빛 담요를 짜고 있나요? 나에게 달빛 담요는 무엇이었나요? 그건 누가 준 것일까요? 이런 저런 질문들이 생각나고 그에 따른 답을 찾다보니, 크던 작던 나도 누군가의 소피가 되었던 적도 있고, 지금도 달빛 담요를 짜고 있음에 가슴이 벅찹니다. 한편 나의 소피였던 사람들을 기억하니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그림책 『소피의 달빛 담요』는 이렇게 소중해서 가슴에 꼬옥 안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