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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그림책여행]북하우스까페

아이와 함께 한 특별한 일본살이

by 연화향

북하우스까페(Book House Cafe)


일본의 대표적인 고서 헌책 순례지인 '진보초(Jimbocho, 神保町)'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도쿄 공습도 피해간 책의 성지이다.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가나 한번쯤 발걸음을 했을 법한 진보초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150여개가 넘는 고서헌책방과 30여 신간서점이 저마다 품고 있는 이야기가 흘러넘치는 그 거리를 걷고 싶었다. 해인의 손을 잡고 먼저 간 곳은 그림책 전문점에서 리모델링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연 북하우스까페(Book House Cafe)였다.


기대로 부풀어진 마음이 버겁다고 느끼며 북까페 안으로 들어서는데 손님이라곤 해인과 나 둘 뿐이었다. 안쪽 구석에선 서점원들에 둘러싸인 어느 작가가 책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누굴까?’라는 궁금증이 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리는 동안, 이곳 주인처럼 보이는 이가 우리에게 다가와 친절히 맞아 주었다. 그녀는 우리가 한국인인걸 알고는 무척 반가워했다. 그녀는 자신을 '요시코 이마모토(Yoshiko IMAMOTO)' 라고 소개했는데 북하우스까페의 대표였다. 그녀는 한국드라마를 무척 좋아해 한국에 몇 번 다녀왔고 결국 한국어까지 배웠다고 했다.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나와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한참 주고받던 요시코씨는 문득 우리를 이제 막 사인을 마친 백발의 할머니에게로 데려갔다. '가도노 에이코씨(角野榮子, 1935~)'라면서.


가도노 에이코씨는 우리나라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みやざきはやお, 宮崎駿)' 감독의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마녀 배달부 키키(魔女の宅急便 キキ)>의 원작 동화 작가다. 세상에나! 우리가 가도노 에이코씨를 만난 것이다. 당시 82세의 가도노 에이코씨는 은발 머리에 빨간색 안경을 쓰고, 연두빛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건강하면서도 세련되고 화사한 느낌이었다. 키키가 어느덧 할머니가 된 모습이랄까! 요시코씨는 가도노 에이코씨에게 우리랑 기념사진을 찍도록 요청했고 덕분에 해인과 나는 특별한 사진 한 장을 간직하게 되었다.


기존 북하우스는 휴업을 통해 리모델링을 하고 2017년 어린이날(우리나라와 같음)을 맞아 북하우스까페로 다시 문을 열었다. 짙은 밤색 원목의 고급지고도 고풍스러운 기존 서점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고, 밝은 연두색으로 마감한 까페 공간을 가운데 추가했다. 서점만으로는 유지가 어려워 자구책으로 까페를 접목시킨 것 같았다. 까페 메뉴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식사와 차 또는 음료는 물론이고 주류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그림책을 좋아하는 누구나 편하게 머물며 책도 보고, 먹고,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림책 독자층을 넓게 보고 그림책 Bar의 개념까지 확장시킨 것이다.

이 공간의 바깥 둘레가 책장이고 벽면 서가와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봄’과 ‘어린이날’을 주제로 한 다양한 그림책들이 표지 또는 책등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그 사이사이에 캐릭터 인형들이 앙증맞게 어우러져 독자들의 눈길을 잡고 구매욕까지 자극했다. 책방 입구로부터 가장 안쪽에는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는 테이블이 있고, 그 왼편으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거실 겸 그림책 원화 전시실이 있으며, 이어서 영유아들을 위한 간이 놀이방도 있었다.


내가 요시코씨의 안내를 따라 북하우스까페 이곳저곳 돌아보는 동안, 해인은 까페에 앉아 요시코씨가 해인에게 추천한 그림책들을 보고 있었다. 특히 ‘바무와 게로 시리즈’에 폭 빠져 있었다. 그밖에도 북하우스까페에는 해인이 관심가질 만한 것들이 많았다. 소장하고 있는 그림책이 약 1만 6천권이라 하니 볼 그림책들은 물론이고, 군데군데 귀여운 인형이나 소품, 잡화까지... 해인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덕분에 난 가도노 에이코씨, 요시코씨와의 여유롭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가도노 에이코씨가 자신의 책 사인을 마치고 돌아갈 무렵, 나는 그녀의 그림책 <魔女からの手紙(마녀에게 온 편지)>를 골랐고, 해인이 직접 사인을 받았다. 그녀는 해인의 이름을 다정히 불러 주었고 해인의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가도노 에이코씨는 자신의 동화책 마녀 배달부 키키 한국판을 언급하면서 한국독자들에게 감사의 마음까지 전했다. 그녀의 밝고 충만하고 건강한 에너지는 힘이 컸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고 가슴이 설렜다. 내 노년의 모습이 저랬으면 하는 생각이 들만큼 닮고 싶은 어른이었다. 해인과 내가 북하우스까페를 갔던 날은 억세게 운이 좋은 날이었고,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고, 큰 자랑거리가 되었다. “나와 해인이 가도노 에이코씨를 진보초 북하우스 까페에 만난 적이 있어요. 사인도 받았고, 악수도 했답니다. 종알종알...” 그녀는 2018년 아동 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리는 국제 안데르센상을 수상하였다.

북하우스까페 2층에는 1902년에 문을 연 이후로 단 한 번도 닫은 적이 없는, 영문학 고서의 성지라 불리우는 '기타자와서점(北澤書店)'이 있다. 역시 듣던 대로 눈이 놀랄 만큼 귀품 있고 우아했다. 서점 입구 쪽에 영문 중고 그림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 양이 생각 밖으로 적어서 서점의 주인인 기타자와 이치로(北澤一郎)씨에게 영문 그림책이 더 없는지 물었다. 이치로씨는 오래되고 희귀한 영문 그림책들은 별도로 보관한다고 했다. 이들 그림책들은 전시회를 따로 열만큼 가치가 있어서 보관에 신중을 기한다고 했다. 한국에 관심이 많고 유쾌한 이치로씨와 대화가 자꾸 길어졌다. 해인이 엄마를 찾아 2층으로 올라왔다. 이치로씨에게 해인을 소개하고, 가을 고서헌책축제 때 다시 오겠노라 약속을 했다.


북하우스까페를 나와서 난 곧 해인에게 조잘대기 시작했다. 좀 전에 우리가 누굴 만났는지 아느냐며. 신이 난 나와는 달리 해인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이제 이야기 끝났지! 그럼 밥 먹으러 가자, 나 배고파!” “어? 음... 그래!” 아무렴 어떠냐. 끝까지 들어 준 게 어디야.


미리 진보초 맛집을 검색해 알게 된 '사보우루(さぼうる)'. 이 레스토랑은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한 까닭에 일본인에게나 외국인에게도 유명한 곳이다. 식사 시간 때는 길게 줄을 서야 할 정도다. 이 날은 운이 계속 따라 줘서 많이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일본식 파스타인 '나폴리탄(ナポリタン)'이 인기 메뉴인데, 직접 먹어보니 싸구려 복고풍이랄까? 그런데 맛있다. 배가 부른데도 자꾸 손이 가는 매력이 있었다. 일단 유명한 맛집인데도 가격면에서 부담이 적고, 압도적으로 양이 많은데다 맛도 좋다 보니 만족감이 컸다. 거기다가 7080년대 대학가 까페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덤까지! 이런 분위기를 해인도 좋아한다. 아이치고 독특한 취향이고 나랑 잘 맞다.


북하우스까페와 서점주 요시코씨, 가도노 에이코 작가, 기타자와 서점과 주인 이치로씨 그리고 사보우루까지. 한꺼번에 들지 못할 만큼의 선물 보따리를 부여안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해인과 마녀 배달부 키키 영화를 보았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북하우스까페와 더불어 추천하는 코스>


북하우스까페(점심까지) → 기타자와 고서점 → 미와서점 → 책꺼리 → 사보우루(저녁)


* 진보초고서헌책축제: 10월 말에서 11초까지 두 주 동안


* 어린이책전문책방 북하우스까페: 연중무휴

〒101-0051 Tokyo, Chiyoda, Kanda Jinbocho, 2 Chome−5 1층


* 영문학 고서점 기타자와 고서점: 연중무휴

〒101-0051 Tokyo, Chiyoda, Kanda Jinbocho, 2 Chome−5 2층


* 어린이책고서헌책방 미와서점: 첫째 셋째 일요일 휴업

〒101-0051 東京都千代田区神田神保町2-3 神田古書センター5F


* 진보초 한국책서점 책꺼리: 월요일, 일요일 휴업

〒101-0051 Tōkyō-to, Chiyoda-ku, Kanda Jinbōchō, 1 Chome−7−3 三光堂ビル


* 사보우루(さぼうる): 휴일, 일요일 휴업

〒101-0051 Tokyo, Chiyoda, 神田神保町1−11


새로 문을 연 북하우스 까페 1층, 2층은 기타자와서점
자신의 책에 사인을 하고 있는 가도노 에이코
북하우스까페 대표 요시코 야마모토씨와 해인에게 추천한 그림책
밤색과 연두빛의 조화가 세련되고 아름답다.
일본 서점이나 책방에 꼭 있는 그림책 <백만번 산 고양이>
내가 좋아하는 나의 원피스 그림책과 캐릭터 인형
오... 안녕! 프레드릭!
차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거실 겸 원화전시실.
가도노 에이코씨와 함께 한 기념 사진을 남기다.
가도노 에이코씨의 싸인
요시코 야마모토씨가 내게 추천한 그림책 <마녀에게 온 편지>
사보우루
가장 인기 메뉴인 나포리탄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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