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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뫼르달 Apr 13. 2023

<이름을 부르고 싶은 날>

2018.08.10




너의 이름을 부르고 싶은 날이면 아무렇게나 손을 뻗어



엉터리 같은 낱말들을 대신 말했다

땀이 몽글하게 맺히는 한낮,

파란 비눗방울

얼큰한 취기를 업고 티격태격 집으로 가는 길,

새하얀 솜털 베개, 잉크 자국

그래서 잠들지 못하는 밤들이 종종 있다면

방파제, 펭귄, 코르크 마개의 질감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영화배우가 되어서

낱말들에 내 숨을 묻혀 보낸다

감사합니다, 두부와 고등어, 팬케이크에게도 물론

모두 누구나 사랑하는 것들이겠죠



어떤 엉뚱한 낱말은, 어떤 엉뚱한 날에 아주 멀리 떠나게 될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자면 그런 것이다 이따금 나는 어떤 여자의

옆얼굴을 보면서 먼 바다의 일들을 마음 깊이 생각하게 된다는 것,

그런 생각이 잦아지는 것은



다시,

아무렇게나 손을 뻗어 낚아챈 낱말들은 모두 내 주머니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그것들을 아주 멀리 던졌다

너의 이름을 부르고 싶은 날이면

안녕하세요, 안경이 참 어울리네요, 그냥 좀 기다리려고요, 펭귄을 닮으셨어요, 네, 남극이던가요?

농담이 아닌데요 저는, 아 그럼 그럴까요?




조용히 몸을 웅크린다 가장 오래된 얼음이 부수어지는 곳으로,

나는 고요히 빠져든다



할머니, 아무래도 저는 그만큼 큰 사람이 아닌가봐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럼 우리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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