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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May 16. 2022

그래서 뭐가 되고 싶은데?

진로고민은 평생의 숙제

어느새 만 27세가 되었지만 아직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 찾지 못해 여러 개의 본캐와 부캐로 살고 있는 저는 미국변호사이지만 기후변화를 공부하는 대학원생이기도 하며, 가장 최근에는 싱어송라이터 지망생이 되었습니다. 이 세가지의 정체성(identity) 사이에서 매일 갈등하다 보니 생각이 많아져 시작은 했는데 제대로 끝내지 못한 일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어렸을때 저는 “진로고민”이라는 것은 청소년기의 전유물이며 어른이 되면 자동적으로 사라지는 것인줄만 알았습니다. 단단히 잘못 알고 있던 것이죠. 그래서 지금까지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고통받는 것인줄도 모르겠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일때,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알고 대학원에 진학했고 석사를 마친 후 정신을 차려보니 박사과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는 하면 할수록 재미가 없어졌고 평생 공부하는 사람으로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대학원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저는 전문성 있는 직업을 가져서 안정적으로 사는 것이 내 적성에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미국 변호사 시험을 준비해 합격했습니다. 하지만 이 길도 제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지는 못했습니다. 격렬한 논쟁은 커녕 지나가는 사람의 의미없는 눈초리에도 쉽게 상처받는 성격에 변호사라는 직업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어려서부터 매일 듣고 좋아하던 음악을 직접 만드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혼자 기타를 치며 노래 한 곡을  작사작곡하였고,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다듬어진 음원은 곧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어떤 직업을 가져야 내가 가장 나다워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보니 세 갈래의 길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못하고 이쪽 저쪽 넘나들며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불안한 순간의 연속이지만 여러가지 일을 경험하며 만나게 되는 뜻밖의 희열과 깨달음도 있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흔히 가지 않는 길을 가며 “나”라는 존재가 더 뚜렷해지기도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는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니까요.


제가 쓰는 글들은 아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수렴될 것 같습니다.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몰라서 방황하던 시절, 직업이 뭐길래, 일이란 것이 인간에게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이길래 나를 이렇게 우울하게하고 힘들게 하는지 깊이 고민했습니다. 여전히 답을 찾아가는 중이지만 어려운 질문일수록 정답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과 여러 일을 마주하며 겪는 실패와 성공 그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 찰나의 깨달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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