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걸 하기로 했다
하루 24시간. 그중 7시간가량은 잠을 자고 나머지 17시간 중 상당 시간을 귀에 꼽은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는 데 할애한다. 출퇴근길에 세 시간, 회사에서 혼자 점심을 먹거나 심심할 때 한두 시간, 집에 돌아와 휴식을 취할 때 한 시간 정도. 모두 더하면 여섯 시간 정도인데 필자의 주된 밥벌이인 직장에서 하루 8시간을 보내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긴 시간이다.
게다가 나는 음악에 진심이다. 어렸을 때부터 슬픈 일, 기쁜 일, 답답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 감정에 맞는 노래들을 찾아서 들었고 날 정말 이해하는 듯한 가사에 깊이 위로받았다. 어떤 순간에는 노래가 감정을 더 생생하게 만들어 마음이 더 힘들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쉽게 상처받고 좌절하는 나에게 노래가 없었다면 힘든 하루가 적어도 두배는 더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렇다 보니 나는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과 그중에서도 자신의 곡을 만들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들을 동경했다. 노래라는 건 나에게 단순히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추락하는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최고의 예술이었기 때문에 다음 생에는 꼭 음악에 올인해봐야지라고 혼자 다짐하곤 했다.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상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건 두려워서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악기 연주도 뛰어나지 못하며 노래도 가수처럼 잘 부르지는 못한다. 그런 내가 감히 이미 포화상태의 음악시장에 뛰어든다는 건 시간낭비일 뿐 아니라 성숙하지 못한 중2병 환자처럼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올해부터 음원 발매를 준비하기 시작한 이유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나를 가로막았던 걱정과 생각들은 온통 남의 시선에 관한 것이었고, 내가 아닌 남에 대한 생각을 제외하니 자작곡 발매라는 목표에 도전해야 할 이유는 너무 많았다. 일단 재밌을 것 같았고. "내가" 하고 싶었으며. 혹시 실패하거나 생각했던 결과가 아니라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하기로 했다. 완벽한 곡이 아니라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담은 솔직한 곡을 쓰기로 했다.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싱어송라이터라는 목표는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무료했던 일상에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즐거운 자극이 되었다.
다음 편에서는 자작곡을 만드는 방법과 본격적인 음원 제작 과정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내가 정말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할 수 있을까? 이 무모한 도전의 끝은 환희일지 아니면 혹시 허무함일지 아직 모르지만 앞으로 펼쳐질 일들을 즐기며 작지만 소중한 성과들을 자축하고 기록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