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두 개가 이어서 쓰여 있을 때 우리는 자연스레 앞에 오는 단어가 더 크거나 우선되는 개념일 거라고 짐작하게 됩니다. 저는 기후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환경 및 기후 관련 문제를 통틀어 말하고자 할 때 환경기후가 아닌 기후환경의 순서로 말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단지 그게 입에 더 잘 붙어서 일수도 있겠죠. 그런데 요즘, 저도 모르는 사이에 환경보다 기후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짐작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작년 말, 쉘(Shell)이 "탄소 중립" LNG를 판매했다는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졌습니다. 조사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하는 데 사용된 많은 탄소 배출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효과 없는 벼 재배 사업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은 자발적 탄소 시장의 허점을 드러내고, 화석 연료 생산을 정당화하기 위해 배출권 거래를 이용하는 관행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기후 대책이 탄소 계산(carbon accounting)에만 매달리면 정작 중요한 환경 문제를 놓치게 됩니다. 자연을 단순히 탄소량으로만 따지다 보면 복잡한 생태계와 그 고유의 가치를 간과하기 쉽죠. 이런 좁은 시각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태계 균형을 지키고 불공정한 부의 분배를 바로잡는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는 데도 걸림돌이 됩니다.
기후변화처럼 복잡한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법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는 걸 다시금 되새깁니다. 깨끗하고 단순한 것보다 지저분하고 복잡한 걸 선택하는 불편함을 감내하기를.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바랍니다.
이럴 때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가슴에 콕 박힙니다. 사회적 가치에서 환경으로 환경에서 기후로 좁혀온 길지 않은 커리어를 되돌아봅니다. 간지럽지만 내가 이 일을 하게 된 시작점은 결국 사람이었음을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