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과 기후위기 대응에 실종된 청년 당사자
2025년 3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보험료율은 2026년부터 매년 0.5%씩 단계적으로 인상돼 2033년에는 현행 9%에서 13%로 오르게 된다. 이에 청년층은 앞으로 수십 년간 보험료를 더 많이 납부해야 하지만 기금 고갈 예상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미래에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보험료율은 비교적 빠르게 인상하기로 한 것과 반대로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소폭 인상됐다. 개정안이 통과되자 청년 정치인과 청년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구조는 청년 세대의 부담을 키우고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본 글에서는 이번 개정안의 내용적인 부분과 정치적 결정에 대한 가치판단은 논외로 한다. 연금 문제를 세대 간 대결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관점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러한 논의는 시간을 가지고 정교하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부분은 명확하다. 왜 우리 일을 우리 빼고 결정하는가이다.
청년 세대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공론화 과정에서 그들을 설득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부족했다.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전문가와 500명 내외의 시민대표단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실질적인 정책 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가장 문제인 것은 공론화 과정이 형식적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시민대표단이 참여하는 숙의 토론은 총선 직후 급박하게 이뤄져 사전 교육 및 논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또한 '공론화'의 틀 안에서 진행된 토론은 대표단 바깥의 전체 시민에게 도달하지 않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논쟁을 확산시키지 못했다.
이러한 형식적 공론화는 국민연금 개혁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기후변화는 미래 세대에 책임을 전가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이 중요성과 당위성에는 정부를 포함한 모두가 공감하지만 정치적 선언과 실제 행동 사이의 격차가 너무나 크다. 기후변화 논의의 자리에 청년/시민 단체가 초청되긴 하지만 단지 모양새를 위한 초청인지 아니면 그들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듣고 반영하려는 것이지 의문이다. 후자라고 하더라도 현재의 공론화 과정과 체계의 미비함은 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국민연금 개혁과 기후변화 대응 모두 청년 세대가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적 과제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은 여전히 정치적 통과 절차에 머무르며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는 주변부로 밀려나 있다.
과잠을 입은 전,현직 총학생회장의 기자회견을 봤다. 목소리를 내야 할 때 기꺼이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경의를 보낸다. '나대지 않기'를 기본 모토로 삼는 내게 어떤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타고난 예민함 탓에 소란스러운 모든 것을 가능한 회피해왔다. 그랬던 내가 요즘 들어 새롭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소란스러움의 기능이다. 이런 문제에 있어서 청년층을 포함한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소란스럽지 않다면, 만약 모두가 침묵한다면 일어날 일들이 무섭다. 결국 그 여파는 현세대가 아닌 청년 세대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들이 짊어져야 하니깐.
프레임 씌우지 말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그러나 그 프레임마저 없으면 지워지는 목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