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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냥 Feb 03. 2020

우리 사이의 낮은 담

김윤아 - 담
우리 사이엔 낮은 담이 있어
내가 하는 말이 당신에겐 가 닿지 않아요 
내가 말하려 했던 것들을 당신이 들었더라면 
당신이 말할 수 없던 것들을 내가 알았더라면

우리 사이엔 낮은 담이 있어 
부서진 내 맘도 당신에겐 보이지 않아요
나의 깊은 상처를 당신이 보았더라면

당신 어깨에 앉은 긴 한숨을 내가 보았더라면..
우리 사이엔 낮은 담이 있어
서로의 진실을 안을 수가 없어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원더키드의 2020년이 되었음에도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탑재된 AI나 로봇이 지배하는 세계는 아니다.


가깝게는 가족, 친구, 연인

또 사회적으로는 학교, 직장 등의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그로 인한 오해와 이해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요즘 MZ세대 중에 위 노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저 노래를 만든 싱어송라이터 김윤아는

연인 간의 단절에 좀 더 초점을 두고 가사를 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아니라는 인터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ㅎㅎ)


하지만 우리는 저 가삿말을

회사 동료 간에 혹은 상사와 부하 직원, 더 크게는 고용자와 근로자의 입장에 대입해보더라도

아주 감정 이입이 잘되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해는 돌고 돌아 또다시 연초가 되었고 연봉 협상을 시작하는 회사가 많아졌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이직 철' 이 다가왔고 철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전 우리 아버지 세대처럼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인 듯하고

이제는 이직을 영리하게 잘 준비해서 내 몸 값을 잘 올리는 것이 능력인 시대가 오고 있다.


한 가지 직업도 부족해서 사이드 프로젝트나 투잡, 쓰리잡

취미가 직업으로 연결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한 때 함께 동고동락을 함께 했던 사람들에 대한 예의로서

동료를 떠나기 전 지켜줬으면 하는 몇 가지가 있다.



1. 떠날 마음을 이미 먹었다면 여유를 두고 미리 솔직히 말해줄 것
2.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자료를 잘 정리하여 아카이빙 해줄 것
3. 떠나는 그 순간까지는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성실히 임해줄 것



직장 생활을 하면서 체면을 차리거나 예의를 지킨답시고

우리는  솔직한 속 이야기를 감추고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야기가 궁금해서 상급자가 팀원이나 부하직원에게 요청하는 자리가 면담일 것이다.

그때만큼은 적어도 우리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내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어느 정도 연봉 인상이 필요하다거나,

연봉은 괜찮아도 지금의 직무나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나의 뜻과 맞지 않다거나

그 이유는 다양할 수 있지만 다소 변명 같다 할지라도 우리는 솔직해져야 한다.

그래야 팀의 동료도, 상사도, 인사팀과 같은 담당 부서도 대안을 찾을 준비를 할 수 있다.

정말 일부러 타인을 엿 먹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솔직히 털어놓자.



또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동안 본인이 진행한 업무와 프로젝트 등을 잘 정리하고 자료를 아카이빙 해서 인수인계해줄 것.

이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잘 지켜지지 않기도 한다.

기존 회사에 앙심을 품고 지난 자료를 다 날려버린다거나,

자료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인수인계 문서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그 자료를 파악하는데 헛된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해야 하는 경우도 회사로서는 너무나 큰 낭비 일 수밖에 없다.

당장엔 이 회사를 떠나면 다신 안 볼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게 어제의 동료를 적으로 만들고 돌아섰을 때 그들은 당신을 다시 다른 회사에서 다시 만나길 원할까?

생각보다 이 대한민국은, 그리고 당신이 일하고 몸담고 있는 그 업계는 너무나도 좁아서

지난 동료를 다시 마주칠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직서를 제출했다면 더 이상 일할 맛이 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 나라도 마음이 이미 붕 떠서 여행 갈 궁리나 새로운 회사로 출근할 궁리부터 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근무시간만큼은 집중해서 내가 출근하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임하는 태도를 보여주자.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세상이란 그다지 생각보다 넓지가 않고, 소문은 너무나도 빠르게 퍼진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이엔 낮은 담이 있다.  (사람에 따라 조금 더 높을 수도 있지)

어쩌면 말하지 않아도 조금만 발꿈치를 들면 담 넘어가 훤히 보일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생각보다 어리석어 자세히 말하지 않으면 나의 상처, 부서진 마음은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일할 회사를 고를 때에 높은 연봉, 회사의 성장 가능성, 눈 돌아가게 훌륭한 복지까지 모두 중요한 선택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부터라도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를 존중할 수 있으며 원활한 소통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조직문화가 잘 갖춰진 곳에서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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