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는
“너네가 씨발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가 되었다.
갈곳 잃은 분노가 불덩이처럼 마음을 돌아다닌다.
눈물이 났다가 화가 났다가 어이없었다가
하루에도 몇번씩 감정이 널을 뛴다.
언젠간 너도 이랬었지.
나 때문에 상처받은 네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내 마지막 남은 미안함이었다.
이제 그 미안함은 없다.
나도 그때의 너 만큼이나 아프고, 또 아플 테니까.
슬픔의 순간에도 기쁨은 지나가고
기쁨의 순간에도 슬픔은 고개를 내민다.
언젠가 스승의 글을 편집하다가 마음에 들어온 말이다.
정말 그렇다.
슬픔의 시간에도 웃을 일은 있다.
한바탕 웃고 나면 먹구름 낀 마음에 잠시 볕이 든다.
내가 웃을 수 있는 건
내가 조금이라도 웃길 바라는 이들이
내 곁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 슬픔을 조금씩 나눠 지고 있기 때문이다.
난 그 고마움을 잊지 않을 것이다.
삶은 어렵다.
삶의 고난은 언제나 예기치 않게, 그리고 나의 예상을 뛰어넘어 몰아닥친다.
나보다 키가 큰 파도가 덮쳤을 땐
그냥 가만히 서서 물을 맞아야 한다.
파도에 쓸려가지 않을 정도로만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두 다리는 일상이다.
힘들수록 일상을 지켜야 한다.
바다를 보았다.
아무 생각 없이 산책하다가
인적이 드문 작은 해변을 만났다.
“어이없을 정도로 예쁘다.”
무심코 튀어나온 말이다.
어이가 없었다.
노을지는 하늘이 너무 예뻐서.
어이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회색빛 마음에 주황빛 하늘이 들어올 틈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무채색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기에 나는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빨갛게 분노하고
파랗게 시려워하고
노랗게 웃으면서
걸어나갈 것이다.
주름은 흉터라는 것을,
잘 아문 흉터라는 것을 알겠다.
온몸으로 아프고 온몸으로 아물어야지.
난 죽고 싶지 않다.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