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원 May 21. 2023

여행을 하며 느낀 것들

1. 사랑과 증오는 같다.


2. 정치는 약한 사람이 쉽게 이기려고 할 때 발생한다. 몸을 단련하든 정신을 단련하든 정말로 강해져야 한다. 그때 정치가 필요 없어진다. 날로 먹는 것은 언제나 문제가 된다.


3. 정당한 만큼 사랑하고 정당한 만큼 증오해야 한다. 과장된 사랑 만큼이나 과장된 증오도 문제를 일으킨다. 사랑을 과장하려는 마음, 증오를 과장하려는 마음은 언제나 내 문제다.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해 놓아야 한다.


4. 스승은 왜 한달음에 책을 쓰는가? 감정은 선이다. 선은 흐름이다. 흐름은 끊길 수 없다. 모든 작품은 흐름을 지속하는 힘에서 나온다.


5. 좋은 편집자는 백지 상태로 저자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는 자다. 처음 파도를 타보는 초심자의 마음. 파도를 거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껴보려는 마음. 그것이 편집자가 갖추어야 할 마음이다. 생각해보니 이는 스승이 철학자들을 공부할 때의 마음과 같다.


6. 논리는 결국 나를 지키려는 마음이다. 나를 지키려는 마음으로는 어디에도 가닿을 수 없다.


7. 단호함은 냉정함과 아무 상관없다. 단호함은 단호하지 않은 나를 직면한 시간에서 오니까. 단호함은 감정의 결여가 아니라 감정을 잘 다진 시간의 결과다.


8. 배신감은 자의식과잉에서 온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네가 날 배신해!” 내가 낙태를 했다는 사실을 고백한 날 엄마가 울면서 외쳤다. ‘그게 어떻게 배신이지?’ 나는 엄마를 상처입힐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그날 엄마의 세계는 무너졌다.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주저앉아 엉엉 울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난다. 나도 그때의 엄마와 같은 것 아닐까?


9. 키는 훌쩍 큰다. 성숙도 그렇다.


10. 사랑하는 것이 많아야 한다. 나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많아야 한다. 기쁜 것이 적으면 집착하게 되고, 집착은 결국 그 작은 기쁨마저 질식 시킨다. 사랑의 악순환이다. 슬픈 일이다.


11. 내 손 더럽히지 않고 사랑하기. 내 손 더럽히지 않고 증오하기. 내 사랑과 증오의 모양은 닮았다.


12. 관조했으니까 요동에 취약하지. 요동에 취약하니까 관조하지. 요동을 피하면 사랑은 요원하다.


13. ‘쿠팡’으로 사랑하지 말고, ‘사회적 매장’으로 증오하지 말기.


14. 이별할 수 있는 역량은 사랑할 수 있는 역량에 비례한다. 이별하지 못하는 것은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5. 바다 위에서 짚라인을 탔다. 보자마자 타고 싶었고 타기 전엔 손에 땀에 났다. 타보니 별거 아니었다. 세상 일은 대부분 이렇다. 눈에 들어오고 손에 땀이 나는

그것을 해야한다.


16. 아이보다 어른이 겁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상처의 기억이 많기 때문이다. 상처 받은 기억이 없는 것은 ‘아이’다. 상처 받은 기억 때문에 주춤대는 것은 ‘어른’이다. 상처 받은 기억을 잘 돌봐서 더 이상 주춤대지 않는 것이 ‘아이-되기’다. ‘겁 없는 아이’도, ‘겁 많은 어른’도 아닌 ‘씩씩한 어른아이’가 되어야겠다.


17. 나보다 큰 것을 사랑해야 한다.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닮게 된다. 지혜로운 사람들이 자연을 사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18. 동해바다에도 서해바다에도 남해바다에도 시간이 쌓인다. 이제 마음이 메마를 땐 바다에 오게 될 것 같다.


19. 그림과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사랑하는 이들 때문에 조금씩 자연이 좋아졌듯, 사랑하는 이들 때문에 조금씩 그림과 영화도 좋아지겠지. 초심자의 마음으로.


20. 이제 여행이 끝날 시간이다. 일상을 살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목구멍이 뜨겁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