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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원 Mar 10. 2024

빈 자리

빈 자리가 무서웠다.

빈 자리가 무서워서 허겁지겁 채웠다.

빈 자리가 생길까봐,

빈 자리가 생기기 전에,

빈 자리가 생기자마자.


빈 자리가 무서웠던 건

빈 자리를 빈 자리로 보아서다.

빈 자리를 ‘진공’으로 보아서

빈 자리를 허겁지겁 채웠다.

‘진공’은 주변 모든 것을 빨아 들인다.

내가 늘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던 건,

빈 자리를 빈 자리로 보았기 때문이다.


빈 자리는 빈 자리가 아니다.

빈 자리는 ‘너’가 있었던 자리고

빈 자리는 ‘너'가 들어올 자리다.

빈 자리는 ‘없음'의 자리가 아니라 ‘있음'의 자리다.


빈 자리를 빈 자리로 두어야겠다.

‘너’를 만났던 자리로,

‘너’를 만날 자리로.


소설 속 한 문장이 그 자리에 들어온다.

슬픔 속엔 늘 기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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