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자리가 무서웠다.
빈 자리가 무서워서 허겁지겁 채웠다.
빈 자리가 생길까봐,
빈 자리가 생기기 전에,
빈 자리가 생기자마자.
빈 자리가 무서웠던 건
빈 자리를 빈 자리로 보아서다.
빈 자리를 ‘진공’으로 보아서
빈 자리를 허겁지겁 채웠다.
‘진공’은 주변 모든 것을 빨아 들인다.
내가 늘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던 건,
빈 자리를 빈 자리로 보았기 때문이다.
빈 자리는 빈 자리가 아니다.
빈 자리는 ‘너’가 있었던 자리고
빈 자리는 ‘너'가 들어올 자리다.
빈 자리는 ‘없음'의 자리가 아니라 ‘있음'의 자리다.
빈 자리를 빈 자리로 두어야겠다.
‘너’를 만났던 자리로,
‘너’를 만날 자리로.
소설 속 한 문장이 그 자리에 들어온다.
슬픔 속엔 늘 기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