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사랑받고 싶은 한 사람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깨닫는 데
그리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래도 도망 다녔다.
때로는 명예로,
때로는 페미니즘으로,
때로는 사업적 성공으로,
때로는 철학으로.
전부 다
사랑하지 않은 채로
사랑받으려고 했던
어리석은 시도였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사랑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
사랑은 언제나 동시적이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사랑받을 수 없는 이유는
내가 불특정 다수를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굴 없는 타자는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은 얼굴이고 표정이고
함께 울고 웃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 해 주는
예쁘다는 한 마디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날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을 보면 되는 사람이었다.
그냥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그저 사랑받고 싶은 한 사람이라는 자각은
나를 작고 무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은 위축의 무력함이 아니다.
기쁨의 무력함이다.
풍선처럼 부푼 자아가
제자리를 찾아
겸손하고 평온해지는 마음이다.
참 오래도 돌아왔다.
나는 사랑의 각성이 늦었다.
하지만 후회되지도 조급하지도 않다.
나는 이제 진짜 사랑받고 싶어졌으니까.
사랑받고 싶다.
그래서 이제 나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