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싶은 사람

by 김혜원

나는 그저 사랑받고 싶은 한 사람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깨닫는 데

그리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래도 도망 다녔다.

때로는 명예로,

때로는 페미니즘으로,

때로는 사업적 성공으로,

때로는 철학으로.

전부 다

사랑하지 않은 채로

사랑받으려고 했던

어리석은 시도였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사랑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

사랑은 언제나 동시적이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사랑받을 수 없는 이유는

내가 불특정 다수를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굴 없는 타자는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은 얼굴이고 표정이고

함께 울고 웃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 해 주는

예쁘다는 한 마디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날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을 보면 되는 사람이었다.

그냥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그저 사랑받고 싶은 한 사람이라는 자각은

나를 작고 무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은 위축의 무력함이 아니다.

기쁨의 무력함이다.

풍선처럼 부푼 자아가

제자리를 찾아

겸손하고 평온해지는 마음이다.


참 오래도 돌아왔다.

나는 사랑의 각성이 늦었다.

하지만 후회되지도 조급하지도 않다.

나는 이제 진짜 사랑받고 싶어졌으니까.


사랑받고 싶다.

그래서 이제 나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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