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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원 Nov 19. 2021

사랑의 모양

사랑은

걷는 두 사람이 만드는 하나의 선이다.

네가 한 걸음 걷고 ,

네가 있는 곳으로 나도 한 걸음 내딛는다.

내가 한 걸음 걷고,

내가 있는 곳으로 너도 한 걸음 내딛는다.

그렇게 둘이서 한걸음씩 걸어온 선이

너와 나의 사랑의 모양이다.


걷지 않는 둘은 점이다.

한쪽만 걷는 둘은 독선이고,

손잡고 걷는 둘은 협의이며,

지도를 보고 걷는 둘은 흉내다.

사랑은 스스로 걷는 두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걷는 한 걸음, 네가 걷는 한 걸음이

목숨을 건 도약이다.

네가 걸은 곳으로 내가 한 걸음 내딛지 않는다면

내가 걸은 곳으로 네가 한 걸음 내딛지 않는다면

너와 나의 선은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믿고 한 걸음을 걷는 것,

걸어간 그 자리에서 너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

기다림 끝에 한 걸음 걸어와준 너에게 벅차게 고마운 것.

너와 내가 걸은 사랑의 선은

믿음과 기다림과 고마움의 모양인가 보다.


걸어야 한다.

사랑은 그래야만 살아 있을 수 있다.


걸은 너에게, 걸어와준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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