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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입시, 애니고는 아무나가나?

내재적 동기부여 '꾼'들의, 진짜 애니메이션 입시 개괄.

by 표수

18. 만화 입시, 애니고는 아무나가나?


만화하는 아이들의 덕후기질

저는 <덕후기질>을 내재적 동기를 가지고 집중과 몰입을 잘 해내는 기질이라고 해석하였습니다.

만화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특유의 ‘덕후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전적, 과학적으로 덕후기질이라는 명명이 있지는 않지만, 풀어서 해석해보면 이 기질을 지니고 있는 아이들은 아주 강력한 장점을 가졌다고 볼 수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강점을 설명할 수 있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들도 이미 존재합니다. 우리는 먼저 어떤 아이들인지 이해하고, 그에 따른 학습법으로 이 아이들을 잘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내재적 동기부여(Intrinsic Motivation)가 스스로 되는 아이들.

먼저, 이 아이들이 가진 강한 내재적 동기는 외부에서 오는 보상과는 다른, 활동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동기부여가 되어줍니다. 이는 교육계에서 외재적 동기에 비해 적극 권장되어지던 내재적 동기부여 학습 방향과도 부합 합니다. 만화 그리기 뿐 아니라 다양한 미술 활동들이 대부분 외재적 동기로부터 그 힘을 얻는 것이 아니라, 내재적 동기로부터 힘을 얻곤 합니다. 실제로 저희 학원에서는 그 흔한 칭찬스티커, 달란트잔치등의 외재적 보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집중과 몰입(Flow)의 경험을 익히 가진 아이들.

이 덕후기질은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주장한 집중과 몰입(Flow)이론으로도 설명될 수 있습니다. 우리 어른들도, 도서 황농문 작가의 ‘몰입(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을 통해 몰입의 중요성을 많이 접해 보았을 것입니다. 이 책으로 한국에서도 몰입의 중요성이 많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상태로 빠져 들기를 매우 어려워 합니다. 덕후기질을 가진 아이들은 그 방향성이 부모님이 보시기에 공부와 거리가 멀어보이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은 ‘중독’으로 취급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눈으로 보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닌 ‘그리기’의 면에서는 중독과는 다른 집중과 몰입의 상태를 경험하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덕후기질을 가진 아이들은, 내재적 동기를 가지고 집중과 몰입을 잘 해내는 아이들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만화에 대해 남들보다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 듯 보인다면, 이 ‘덕후기질’을 경험하고 있는 것인가를 살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주시기를 권장드립니다.


또한 일찍이 이런 덕후기질의 강점을 알았던 만화 전문 학원들에서도 ‘덕후 기질’은 흔히 언급되곤 했습니다. 이러한 기질의 강점을 잘 활용해 공부로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많이 하기도 하고요. 학원에서의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또는 대학의 애니메이션 학과 진학 권유가 대표적입니다.



<부연설명>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동기

내재적 동기는 활동 자체에서 즐거움이나 만족감을 느껴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동기입니다. 이는 장기적인 성취와 지속적인 참여를 촉진하며, 스스로의 흥미와 열정에서 비롯된 동기입니다. 반면, 외재적 동기는 보상, 칭찬, 인정을 받기 위해 외부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 동기로, 외부 요인이 사라지면 동기 역시 약해질 수 있습니다.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 비교:

내재적 동기: 활동 그 자체에서 즐거움이나 만족을 느껴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동기.

외재적 동기: 외부의 보상, 칭찬, 인정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 동기.

차이점: 내재적 동기는 지속적이고 깊이 있는 성취를 가능하게 하지만, 외재적 동기는 외부 요인이 사라지면 동기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즉, 내재적 동기는 활동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으로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촉진합니다. 또한, 자기 효능감을 강화해 장기적인 성취를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내재적 동기는 외재적 동기에 비해 더 권장됩니다.




애니고는 아무나 가나?

애니고 합격생들에겐 이 ‘덕후기질’이 아주 필수적인 소양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그곳은 이 덕후기질을 가진 아이들이 강력한 내재적 동기부여를 가지고 공부책상 앞에 몰입을 시작하여,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해 어려운 학습 과제들을 파고들어 공부하고, 무거운 엉덩이 힘으로 끝까지 해 내 좋은 성적을 쟁취한 경우 합격이 가능하게 되는 상황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덕후기질의 교육적인 측면에서의 장점.

첫째로, 깊이 있는 학습과 전문성이 강합니다. 덕후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특정 주제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그들은 해당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출 수 있습니다. 이러한 깊이 있는 학습은 문제 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깊이 파고들 때,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로, 자기 주도 학습력이 강합니다. 덕후 기질은 자기 주도 학습의 중요한 동력입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강한 열정은 학생들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자료를 찾고, 학습 계획을 세우며,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데 큰 동기를 제공합니다. 이는 교실 밖에서도 학습이 계속되도록 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을 능동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게 만듭니다. 자기 주도 학습은 평생 학습의 기초가 되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필요한 새로운 지식을 지속적으로 습득할 수 있습니다.


셋째로, 집중력과 인내력이 강합니다. 덕후 기질을 가진 학생들은 오랜 시간 동안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는 데 능숙하며,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을 기릅니다. 이러한 집중력과 인내력은 교육적인 맥락에서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복잡한 과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학생들이 이와 같은 기질을 발휘하면, 학업뿐만 아니라 인생의 여러 도전 과제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는 이런 장점이 있는 아이들 다수가 경쟁하므로, 결국 높은 덕후기질을 지니고 있는 아이들만이 합격 가능 하다는 말들이 도는 것입니다. 실제로 성적기준 또한 매우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왜 필요 이상으로 좋은 성적이 요구되는 상황이 전개되어, 애니고는 아무나 가나? 라는 말로, 애니메이션 입시를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일까요?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진짜 애니메이션 입시.

우리나라에는 몇 개의 애니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서울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울산 애니원 고등학교, 한국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정도가 있고, 애니메이션 고등학교가 아니더라도 예술계열 특성화 고등학교 몇몇에서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까지 다 합쳐도 애니고를 가고싶어하는 학생들에 비해, 애니고의 수는 턱없이 적습니다.


그러니 입학 경쟁이 치열하며, 성적이 높은 학생일수록 입학 가능성이 높아지는 지금의 구조가 이루어지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애니고 입시를 치르는 아이들의 경우, 보통의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입시를 치르는 아이들과는 경우가 매우 다릅니다. 애니고에 가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성적이 높아서 애니고를 쓰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애니메이션에 근접하고 싶어 성적을 높이는 경우이지요. 일반인은 한번 경험하기도 어려운 경쟁률을 뚫고 애니고를 쟁취하겠다고 하는 엄청난 동기를 가지게 된 아이들은, 이를 위해 자기주도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되고, 높은 집중력과 인내력으로 학습을 깊이 있게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그 끝판왕들이 모여 최종적으로 애니고 입시를 치르게 되는 것이지요.


대학의 애니메이션과 경쟁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애니메이션 계열은 꼭 국내 대학이 아니더라도, 대학을 해외로 진학하는 경우도 있고, 바로 실무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애니메이션과를 가진 대학들 자체도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의 수보다는 많습니다.


제가 대학생 시절 애니 전문 학원을 다니며 흔히 볼 수 있었던 루트이자, 제 학생들을 애니 전문 학원으로 인계 하며 관찰하게 된 일련의 과정을 설명 드림으로서 이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보조해 보겠습니다.


먼저 대부분의 애니 전문 학원에는 애니고를 가고싶다는 바램을 가진 초 중등생이 모이게 됩니다. 그런데, 당연히 이 아이들이 전부 애니고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애니고 루트를 뒤늦게 발견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 보통의 중학생들은 내신 성적 관리가 애니고에 충분할 정도로 잘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오히려 애니 전문 학원에서 아이의 내신 성적을 판가름 하고 애니고를 갈 수 없다고 단정 지어주어 포기 당하기도 합니다. 대신 장기전으로 끌고 가 애니메이션 대학을 추천하게 되고, 이미 한 번의 좌절을 맛본 아이는 실제 이 경험을 기억하며 애니메이션 대학을 목표로 정합니다. 이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일부는 일찍이 해외 대학을 목표로 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대부분 세계 애니메이션 산업을 선도하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미국의 디즈니나 픽사 에니메이션 스튜디오,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나, 토에이 애니메이션을 입사 목표로 잡고 공부를 시작하지요.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을 종합해 총정리하자면, 애니메이션계는 한번 발 들여놓기 시작하면 고등학교 입학부터, 대학 진학 과정, 입사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입사를 한다고 해도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제작 환경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고, 계속해서 변화 하겠죠. 애니고에 가지 않고 대학을 진학하겠다거나, 외국의 전문 대학을 노리겠다거나, 이도 저도 다 안된다면 혼자 만화를 그리겠다고 한다거나 등 앞서 제가 다 설명드리지 못한 다수의 방향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다만, 그 모든 과정들을 단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길이 다 어렵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길에 대해서는 애니메이션 전문 학원이나 학교의 입시 설명을 듣는 방향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요점은 우리 아이들이 그 어려운 과정들을 뚫어내고, 주위의 수많은 우려의 시선들을 이겨내고도 계속해서 다음 스텝, 다음 스텝으로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이 보인다면, 덕후기질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 주시길 바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기질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셔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최종적으로 아이가 원하는 방향이 애니메이션이든 결국 아니게 되든, 이런 성격을 가지고 만화를 하겠다는 아이들은 대부분 주체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탐구하고 판단 할 것입니다. 게다가 제 경험상 이런 아이들을 말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손에서 멀어지는 끝끝내 한번은 시도해 보곤 하지요. 어릴적 만화가의 꿈을 꿔 오다 미대에 진학한 뒤 부모님의 손에서 가장 멀어졌다고 판단한 어느 시점에 웹툰 붐에 홀릭 되듯 만화학원을 등록하고, 웹툰 작가에 도전해보고, 그곳에서 2년 이상을 구른 뒤에야 만화가가 되기에는 부족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수 있었던 저 개인의 역사를 예로 들어 드리면 가장 재미있는 예시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비단 제 이야기만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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