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만화를 계속, 너무 많이 그려서 걱정이신가요? 오히려 좋아!
다시 본 주제인 '만화'와 연결해 보자면, 아이가 만화를 자꾸 그리고, 너무 많이 그려서 걱정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으시지요?
그런데 이번 장에서는 그런 아이들의 긍정적인 성장 방향성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로, 만화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꼭 '그리기'의 좋은 양분을 채워주세요.
만화가나 애니메이터 실무진들이 보유하고 있는 손그림 기술을 목표로 아이의 시간과 능력이 허락하는 때 까지 도전해 볼 수 있게 해주신다면, 사실 최종적으로 만화 입시를 치르거나, 만화가의 길을 선택하지 않게 되더라도, 미술계 안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살아남기에는 모두 좋은 양분이 될 것입니다.
인물 그리기를 배운다는 것은..
특히 만화는 보통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이야기를 끌고 가므로, 우리 아이들이 만화 속에 빠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곤 하는 인물 그리기의 영역은 실로 과학적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를 생각해 보세요. 그는 해부학에 대한 연구를 한 과학자이자, 인물화의 거장으로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근육에 대해 꾀고 있었습니다.
비단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경우 뿐 아니라, 인물화를 제대로 그리려는 많은 전문가들과 지망 학생들은 결국 해부학 공부를 합니다. 이러한 공부는 융합형 인재의 믿거름이 될 뿐 아니라, 같은 미술계 안에서 ‘크로스 디서플린 디자이너’로 활동하게 될 때에도 매우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부학적인 이해가 자신만의 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아직 어려 해부학 까지는 접근하지 않더라도 유연한 인체 드로잉 정도로 다양한 동작을 표현해 낼 수 있게 되면, 초등 과정 내내 인물이 들어가는 그림일기, 포스터화, 미술 수행, 각종 아동 미술 공모전 등을 수행할 때 긴히 써먹을 수가 있게 되어 적어도 상상한 영역의 동작을 구현하지 못하고 백지로 남기는 안타까운 상황을 막아줍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다재다능한 인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습니다. 그의 주요 직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화가: 다빈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 작품인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을 그린 화가입니다. 그의 작품은 르네상스 미술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과학자: 그는 해부학, 광학, 기상학, 물리학 등 여러 과학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인체 해부학에 대한 그의 연구는 의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발명가: 다빈치는 비행기, 전차, 잠수함 등 다양한 기계 장치를 설계했습니다. 그의 발명품 중 일부는 당시 기술로 구현할 수 없었지만, 그의 스케치는 현대 기술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건축가: 다빈치는 건축 설계에도 관심을 가졌으며, 여러 건축물의 설계에 참여했습니다.
공학자: 그는 군사 공학과 토목 공학 분야에서도 활동했습니다. 그의 설계도에는 다리, 요새, 무기 등의 구조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단순한 예술가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르네상스 인간"으로 불리며, 그의 다재다능함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둘째로, 아이에게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자유로운 표현의 기회를 주세요!
스토리텔링 능력의 향상
어떤 아이들은 단순히 인물을 잘 그리고 싶어 인물을 그린다기 보다, 인물로 어떤 동작이나 상황을 표현해 내고자 스스로 주제를 만들어 내곤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이야기를 더 흥미롭고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상황을 표현하려 시도합니다. 이 단계가 적절히 이루어지면 글과 그림을 통한 문해력과 이야기 구성 능력이 강화되는 것 입니다. 만화를 그리면서 아이들은 스토리를 기획하고, 사건의 순서를 정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조정하는 능력을 기르게 됩니다.
단순히 자기 만족만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려낸 만화나 상황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 설득 시키려 시도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는 이야기 구성 능력과 문해력을 향상시키며, 특히 이야기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전달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정보를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배웁니다.
셋째로, 만화가 언어 학습의 도구가 될 여지가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아이가 일본어를 따라한다구요?
마지막으로, 만화를 즐기는 아이들은 시청각 자료를 통해 자연스럽게 제2외국어를 접하게 되며, 이는 반복적인 노출과 흥미를 통해 언어 습득을 촉진합니다. 특히, 만화의 대사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단어와 문장을 유추하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문법적 구조와 어휘력이 강화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만화를 즐겨보는 아이들은 제2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경향을 보입니다. 관심이 곧 간단한 회화로 연결되곤 하는 것이죠. 단순이 시청각 자료로 만화를 '소비' 하기만 하는 아이라면 이것이 언어영역의 학습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슬쩍 유도해 보는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저는 일부 초등 고학년에서 중학생 정도의 학생들이 '학습'으로 받아들이는 국어나 영어에 비해, 놀이나 취미의 영역으로 '일본어'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공부하는 모습을 자주 접하곤 합니다. 어릴 때 부터 책 읽기는 멀리하던 아이들이, 웹 상에서 애니메이션을 접하고, 만화책을 사서 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접하게 되고, 스스로 독학하는 과정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만화로도 학습이 된다!
만화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노골적으로 ‘학습용’임을 표방하는 만화들도 많고, 자연스럽게 지식과 사고력을 자극하는 콘텐츠들도 있습니다. 종종 "우리 아이가 만화책만 너무 봐요~"라고 걱정하시는 부모님들이 계시지만, 저는 책을 전혀 읽지 않는 것보다는 만화책이나 소설책이라도 가까이하는 것이 언어와 독서를 학습이 아닌 취미와 여가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책을 즐겨 읽는 아이였습니다. 당시 저는 만화책과 소설책을 특별히 구분 짓지 않고 읽었고, 저희 집에 있던 세계 문학 전집도 그랬습니다. 그 전집은 일부 장면이 만화로 구성되고, 나머지는 줄글로 구성된 형식이었지요. 어린 시절에는 만화로 된 부분만 골라 읽다가, 조금 더 자라자 줄글로 된 내용 전체의 흐름이 궁금해져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책 읽기는 제게 하나의 ‘놀이’였습니다. 친구 집에 놀러 가서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보다는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낼 정도로 책에 몰입하던 아이였고, 국어라는 과목을 ‘학습’의 영역으로 받아들인 것은 중학교 무렵에 이르러서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의 상황은 다릅니다. ‘문해력’의 저하가 사회적으로 문제 제기되면서, 독서학원과 논술학원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보완하려는 노력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너무 어린 시기부터 독서가 ‘숙제’가 되어버리고, 국어 역시 철저히 ‘학습’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는 점은 안타깝습니다.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은 아이들에게 부담이 되고, 그 결과 글을 보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짧은 문장조차 읽기 꺼리는 경우도 많아졌고, 책이나 이야기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평소 교과 연계 수업이나 미술 작가 소개 수업에서, 흥미로울 법한 이야기 자료들을 아이들의 스케치북에 붙여주곤 합니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이 그 자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글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화’는 아이들에게 하나의 빛과 같은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책의 형태를 갖춘 만화는 더욱 효과적으로 아이들의 관심을 끌며 언어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지나치게 상업적이거나 비교육적인 콘텐츠는 선별하고 피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지도가 필요하지만, 다양한 만화책을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대로 읽게 해주는 것은 글자와 언어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급변하는 AI시대, 미술 전공자의 현직 전문가 다운 시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