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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만화가가 되겠다고? (만화)

만화는 어떻게 제작되고, 어떻게 변화되는가.

by 표수

15. 많은 아이들의 꿈, 애니메이션 계열의 현재와 미래.


초등 시기에 인물화를 즐겨 그리는 아이들은 깨알같은 졸라맨을 수십마리 등장시키는 아이 부터, 다양한 동작의 캐릭터를 휙휙 그려내는 아이까지 그 수준과는 상관없이 보통 장래희망으로 웹툰 작가나 이모티콘 작가, 또는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많이 꿉니다. 조금 더 발전하면 지브리, 디즈니, 픽사등 애니메이션 회사에 입사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기도 하고요. 그러던 아이가 그 길을 쭉 고집해 진로 설정을 하게 되면 보통 만화 창작과나 애니메이션 학과를 희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AI가 그림을 다 그려주는 시대에 그 학과들이 과연 미래가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을 것입니다.


특히 아이가 어디서 듣고 왔는지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언급하기라도 하면 그때부터 부모님의 고민은 몇 배가 더 커집니다. "선생님, 요즘은 아이들에게 꿈이 있다는 것은 무조건 좋은 일이라고들 하던데, 저도 응원하는 부모가 되고 싶죠. 그런데 현실은..." 하시며 온갖 걱정과 부정적인 생각들을 먼저 토로하시곤 합니다.


지금의 꿈이 영원하리라곤 생각되지 않으면서도, 아이가 어릴 땐 그보다 더 원대한 꿈을 꾸기를 바란다고 말씀 하시기도 하고요, 아이의 의견을 묵살할 순 없어서 대신 진로 결정은 더 천천히 해도 된다며 뒤로 미루시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러다 아이가 중3쯤 되면 이걸 나라도 꺾어야 하나 고민하시는 분들도 실제로 종종 계셨습니다. 그중 간혹 아이의 지지를 응원하고 입시만화 학원을 보내주시는 부모님들도 가뭄에 콩 나듯 계시긴 하지만요.


이러한 부모님들의 다양한 반응이 매우 공감되었습니다. 딱히 더 큰 꿈 까지는 바라지 않으시더라도 요즘 같은 시대에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이 또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미래에도 만화가 또는 웹툰 작가라는 직업이 존재하겠느냐 입니다. 좀 더 안정적인 직장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공부 잘 해서 갈 수 있는 학과들도 많이 있지 않나 싶으실 것입니다. 그 우려가 영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대다수의 ‘만화가’를 꿈꾸는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생각해보면, 이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인물을 설정하고, 그 인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창조하며,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과정을 진심으로 즐깁니다. 때로는 스토리 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각자가 생각하는 예뻐 보이는 인물을 설정하는데 진심을 다하곤 합니다. 바로 그 기쁨이, 아이들로 하여금 ‘만화’를 자연스럽게 노래하게 만듭니다. 요즘처럼 자신이 진정으로 즐거워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지속하는 사람들이 드문 시대에 이러한 기쁨은 정말 소중하고 귀중한 자산임이 분명합니다. 회유책이 통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셔야 겠지요? 이 귀한 꿈과 재능은 어떻게 ‘진로’로 연결될 수 있을까요?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길을 파악해가야 할 부분입니다.


확실히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만화가 사라지지 않더라도, 지금과 같은 형태로 존재하는 만화가는 미래에 거의 남지 않을 것이란 겁니다. 많은 부분들이 AI에 대체 되는 것이죠. 거의 남지 않는다는 것이 꼭 존재 불가능이란 말은 아닙니다. 상업미술의 분야와 마찬가지로 만화가들도 존재 하긴 하되, 적은 수의 직업인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들을 활용하여 만화가로서 활동 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예상 됩니다.


적은 수라고 해야 할지, 오히려 더 많아진다고 해야 할지, 우선 낮아진 진입 장벽과, 살아남을 소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만화 분야는 크게 웹툰과 같은 2D 만화(카툰)와 영상 애니메이션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만화계 역시 거듭되는 기술의 발전 속에서 끊임없는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종이 위의 손그림이 디지털 드로잉이 되고, 디지털 드로잉이 3D기술을 이용한 그림이 되고, 그 기술들이 이제는 AI 기술과도 만남을 이루게 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변화되는 환경 속에서 우리 만화를 꿈꾸는 어린이들이 다양한 형태의 진로를 그려가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만화 계열의 여러 진로 중에서도, 아이들이 가장 많이 꿈꾸는 장래희망들을 중심으로 그 전망과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웹툰은 이미 전문적인 영역이 아니다.

옛날 만화가 하면 떠오르는 문하생이라는 개념은 이미 오래전 우리나라에서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아직 일부 남아있기도 하겠지만, 만화계에서는 와콤의 신티크와 같은 디지털 기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문하생을 거치지 않고도 웹툰 작가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웹툰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웹툰 작가라는 직업은, 등장 했을 때부터 큰 각광을 받는 동시에도 이미 3D 애니메이션이나 AI 그림 작업물 등의 급격한 발전과 보편화가 예상 되는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사라질 시한부 같은 영역이라 여기는 시선 또한 존재했습니다. 곁다리로 이모티콘 작가 역시 각광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와 같은 시선이 비춰졌었습니다. 그렇게 출발한 웹툰이나 이모티콘의 영역이 미술계에서 유행처럼 번진지는 15 년이 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것들을 유망 직종으로 보고 가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어집니다.

문하생: 데뷔한 만화가 아래에서 배우는 제자.


국내시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장을 이루고자 웹툰은 세계 각지로 수출되어있습니다. 그렇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몸집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다수 웹툰의 전성기를 경험했던 성인들은 이미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웹툰의 전성기는 지금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생성형 AI에 줄거리를 입력해 만드는식의 만화가 유행처럼 여기 저기에서 시도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시장에 보편화 되지는 않았으니, 딱 현재(2025.4.)시점으로 이야기 해 보자면, 그래도 손그림을 디지털로 옮겨 주는 다양한 기계들, 특히 태블릿 PC 류의 기계들이 존재 보편화 되어 존재하기 시작한 후 부터는 종이 만화책을 그리던 시절보다도, 웹툰이 처음 등장한 시점보다도, 현재는 이 직업군에 진입 장벽이 사라졌다고 보는 것도 타당할 만큼 장벽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꼭 누군가의 문하생이 아니었더라도, 혹은 만화 창작과를 나오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은 제 나름대로의 그림을 이용해 소통을 하게 되었습니다. 낮은 퀄리티의 그림도 그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며, 전문 직업인이 아닌 사람들 까지도 부업삼아 취미삼아 디지털 그리기를 즐깁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디지털 그리기마저도 생성형 AI들이 몇 초만에 뚝딱 뚝딱 잘도 찍어내듯 그리니, 과거엔 돈 주고 사야했던 예쁜 그림들을 이제 몇 개의 단어나 문장 만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현재도 이미 그렇게 되었지만, 앞으로는 많은 AI 프로그램들이 지금보다 더 발전되어 인간이 그리는 그림 속도의 몇10배 몇 100배 몇 천배 빠른 속도로 인간 보다 더 나은 퀄리티 의 그림을 마치 뽑아내 듯 그려 내게 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웹툰 뿐 아니라 수 많은 만화 직군의 전문 종사자들과 학생들은 앞으로 수년 안에 전문직의 개념에 대한 혼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창의적인 영역에서의 만화가로 활동할 수 있는 인원이 얼마나 남을 까는 어디까지를 만화가로 인정할 것이냐에 따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전에 태블릿pc가 보급화 되면서 이를 이용해 SNS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4컷 만화로 특정한 관심사, 필요, 취향을 가진 소규모 소비자를 타깃 층으로 그림을 그려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종합 창작자로서 웹툰 작가의 전문적인 영역을 어디부터 어디까지로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구분하기가 어려워 졌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여기에 더해 AI를 활용한 웹툰 작가들까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AI 웹툰의 등장은, 지금의 작품 공급과 수요의 방식을 더 초개인적인 공급과 수요 방식으로 변화 시키게 될 것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딱히 만화가가 되지 않아도, 만화로 인식될만한 것들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것 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더 전문적인 기술과 프로그램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미지를 구현해 내는 프로그램으로 가장 이슈는 아무래도 생성형 AI이자 챗지피티 내에서 사용 가능한 ‘AI달리’, 'AI소라' 일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방대한 양의 텍스트·이미지·영상 데이터를 통해 패턴과 연관성, 구조, 스타일을 학습한 뒤, 사용자가 주는 명령문에 맞춰, 학습한 패턴을 바탕으로 가장 그럴듯한 이미지나 영상을 확률적으로 예측하고 조합하여 생성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구현합니다. 모두 무(無)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유(有)를 학습한 후, 그 조합과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해 내는 방식이지요.


이 프로그램의 등장과 계속되는 업그레이드는 분명 만화 관계자들을 긴장시키지만, 실제 3D를 다루는 애니메이션 실무자들과 더 밀접하게 관계된 기술들은 아직까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기가 가능한 전통적인 3D 툴들 입니다. 웹툰 전문가들은 스케치업(SketchUp)이라는 3D툴을 주로 사용하고, 애니메이션 실무자들은 블랜더(Blender)나 마야(Autodesk Maya)라고하는 전통적인 3D 툴을 주로 사용하면서 보조수단으로 여러 AI 프로그램들을 주목하고있는 편입니다.


AI달리가 디즈니 그림체, 지브리 그림체와 흡사한 이미지들을 만들 줄 안다 해도 실제 지브리, 디즈니, 픽사 등 기업형(대형) 애니메이션 회사들은 AI달리와 비슷한 생성형 AI 방식을 사용한다기 보다는 아직까지 대부분의 3D프로그램 기술들을 더 다루고 있습니다. 한편에선 AI프로그램들을 활용한 마무리 작업이나, 제작 효율성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단편 애니메이션의 시도역시 이루어 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AI가 메인 라인을 주도하고, 인간이 보조처럼 움직이는 방식으로 완성된 장편 3D 애니메이션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시점에도 생성형 AI를 활용한 단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는 세계 곳곳에서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습니다. 또한 장편 애니메이션 기술의 곳곳에서도 AI도입 시도가 일어나고있어, 이 도입 시도들이 장편 애니메이션의 어디까지 영향을 줄지 알 수 없긴 합니다. 업계의 실무자들은 이 프로그램들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 AI가 어디까지 접목될 수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만화는, 아주 낮은 진입장벽을 가진 툴 부터, 전통적으로 진입장벽이 좀더 높고 애니메이션 실무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문적인 툴, 그리고 새로 활발히 개발되어지고 있는 AI툴들까지 다양한 툴을 가지고 있어서, 그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습니다.




웹툰도 3D로 촬영한다? 진작에!

2D 기술에서 3D 기술로, 3D 기술에서 AI 기술로 대체되어가는 현실은 비단 애니메이션계 에서만 이루어 진 것이 아닙니다. 웹툰의 제작 과정을 들여다보면 재미난 발전들이 눈에 띕니다. 애니메이션에 비해 더 독립적이고 소규모의 형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해 나가길 원하는 만화가(웹툰작가)들 특성상 직접 손으로 드로잉 하는 작업 외에도, 디지털 툴을 이용해 작업 효율을 올리는 새로운 시도들은 늘 활발히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는 이미 10여년전부터 여실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우리 세대 전설과도 같은 만화가 천계영씨가 ‘좋아하면 울리는(2014)’ 이라는 웹툰을 제작 했는데 그 웹툰에서도 여실히 손그림에 대체적인 부분들이 보여졌습니다. 그 웹툰이 어떻게 그려졌냐 하면 바로 3D 모델링이 된 캐릭터들의 움직이고, 화면 캡처를 통해 웹툰의 장면을 얻는 형식이었습니다.


또한 현재도 많은 웹툰 작가들이 컴퓨터를 활용해 스케치업과 같은 3D 프로그램으로 배경을 제작하고, 클립스튜디오라는 드로잉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3D 인체 모델을 조작하여 인물의 동작을 보조적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웹툰이나 이모티콘 등에서 손그림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들은 이미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AI 기반의 생성형 프로그램들을 통해 이러한 작업 방식이 더욱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AI시대, 미술 좋아하는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할까?>

*급변하는 AI시대, 미술 전공자의 현직 전문가 다운 시각으로.



+ 만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


미래의 만화계,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본질은 유지된다.

앞선 내용을 정리해보면 우리가 2D로 접하는 웹툰들도 실은 계속되는 실험적 시도들에 의해 3D기술들이 접목되어지고 있었다는 것 입니다. 또, 작업시간 단축과, 작업 퀄리티의 상향화를 위한 노력은 그대로 이어져 AI기술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더 나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작업을 주로 하지만, AI를 보조도구로 사용하는 만화가나, AI만을 이용해 만화를 제작하는 만화가들이 보편화 될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3D애니메이션으로 인식하고있는 기술들에도 벌써 AI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들이 계속해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회사처럼 전통적인 제작 방식을 고수하려는 제작사들도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의 상업만화는 '상업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새 기술의 도입을 두려워 하지는 않을 것 입니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작업 방식은,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이 꿈꿔온 애니메이터, 웹툰 작가, 이모티콘 작가의 작업 방식과는 또 다른 결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식으로 일하며 만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여전히 '만화가'로 분류하고,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너무 쉬운 제작이 이루어 지면, 회사는 그만큼 적은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쉽게 덤비게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그 제작 방식이 비교적 간단하고 반복적이었던 종류들 부터그렇게 한바탕 혼란해 질 것이란 예상은 피할수가 없습니다. 그것을 알고, 접근하기는 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웹툰을 즐겨보고 있으며, 캐릭터를 활용한 이모티콘이나 손그림 스타일의 이미지 소스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3D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더해 생각해보면, 이 분야는 여전히 일정 수준의 직업인을 수용할 수 있는 유망한 업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소비층이 존재하는 한, 창작 방식이 변화하더라도 업종 자체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물론 시장은 상황에 따라 확장되거나 축소될 수 있지만,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작업 방식이 달라질 뿐,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직업의 본질은 여전히 필요하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AI가 기술적 발전을 이룬 미래의 웹툰작가가 여전히 전문가의 영역으로 남게 된다면?

잠시 AI가 기술적 발전을 이룬 미래의 웹툰작가가 여전히 전문가의 영역으로 남게 된다면, 그들은 어떻게 작업을 진행해 나가는가에 대해 예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미래의 웹툰 작가는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지금보다 훨씬 높은 작업 효율을 달성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효율성은 단순한 편의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작가는 AI와의 협업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콘텐츠를 창조하며, 여전히 창의성과 감정 표현의 중심에 서 있을 것입니다.


작업은 스토리 구상에서 시작됩니다. 영감이 떠오른 작가는 즉시 AI 어시스턴트를 호출하여 아이디어를 입력하거나, 주제에 맞는 스토리라인을 함께 발전시킵니다. AI는 비어 있는 플롯을 제안하거나 감정 흐름에 맞는 전개를 추천하며, 창작 전반을 지원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제안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이야기 구조를 구성하고, AI의 검색 기능을 통해 유사한 기존 작품과의 차별성을 분석해 나갑니다.


완성된 스토리라인은 자동으로 에피소드 단위의 콘티로 분할됩니다. AI는 간단한 인물 정보만으로도 콘티의 흐름을 시각화하며, 작가는 중요한 장면이나 전환점에 대해 직접 수정을 지시하거나 연출을 강조합니다. 특정 장면의 감정 밀도나 리듬을 조절하는 과정은 여전히 작가의 예술적 감각에 달려 있습니다.


초기 캐릭터 디자인에서는 AI가 다양한 조합을 빠르게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작가는 성격, 나이, 역할, 감정 키워드 등을 입력하고, 그에 맞는 외형과 의상, 색채를 여러 버전으로 확인합니다. 캐릭터의 표정이나 행동 또한 “기뻐서 뛰어오르는 장면”, “화가 나서 소리치는 순간”과 같이 감정 상황을 입력함으로써 다양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합니다. 작가는 그중에서 가장 적절한 설정을 선택하고, 이를 기준으로 캐릭터의 고정 데이터를 확정 저장하여 컷 작업에 활용합니다.


배경 제작은 AI의 고도화된 3D 처리 기술을 통해 더욱 정교해집니다. 예를 들어, 작가는 “오후 4시, 서쪽에서 빛이 드는 붉은 벽돌 건물의 옥상”이라는 조건만으로 조명, 계절감, 재질 등을 반영한 배경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AI는 작가가 직접 제작한 3D 모델 데이터를 학습하여 다양한 각도와 연출로 제시하며, 작가는 그중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하여 작품에 적용합니다.


비슷한 구도를 반복해서 그릴 필요 없이 자동화 도구를 활용해, 작가는 인물과 배경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컷을 구성합니다. 컷 간의 흐름이나 감정의 여운을 조절하고자 할 때는 AI에게 시네마틱한 연출을 요청하거나, 감정 키워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컷 구성을 실험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사와 말풍선은 캐릭터의 성격과 상황에 맞게 자동 배치됩니다. 작가는 이것을 검토하고, 여백의 활용, 시선의 흐름, 독자의 읽는 속도와 같은 요소를 고려하며 컷을 세부 조절합니다.


자 여기까지, 일부는 벌써 사용되고 있는 AI의 기능이고, 일부는 미래에 예측 가능한 AI기술들을 기반으로 제작해 보았습니다. 너무 과학상상화 같은 미래로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도 예측을 기반으로 한 제 상상속 작가의 모습이기도 하고요.


결론적으로 미래의 웹툰 작가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설계하고, AI를 능숙하게 다루며,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창작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AI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도구를 통해 세계관을 전달하고, 희노애락과 감동을 전달하는 일은 여전히 작가의 몫입니다.


확실히 희망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웹툰작가 또한 컴퓨터 앞의 불쌍한 노동자라는 시선과, 건강을 해치며 작품을 짜내는 직업이란 시선을 어느 정도 탈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직업 인식이 개선되는 것 입니다.



현재 AI의 진보는 곧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의 발전으로도 이어져 나가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본격적으로 웹툰 창작 환경에 접목된다면 어떻게 될까?


앞서 살펴본 미래의 웹툰 작가상은 어디까지나 2D나 3D의 평면적인 작업 환경 내에서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방식에 한정된 예측이었습니다. 독자는 콘텐츠를 ‘보는’ 입장이며, 창작은 여전히 작가의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그 작업 환경과 소비 방식은 지금보다 훨씬 더 몰입적이고 입체적인 방향으로도 변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작가는 단순히 컷을 구성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존재를 넘어, 이야기를 공간안에 배치하고 연출하는 존재로까지 변화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이야기는 페이지 안에 머물지 않게 됩니다. 독자는 VR 기술을 통해 스토리 안을 직접 걷고, 느끼는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까지 되면, 독자는 그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선택하는 존재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것이란 예상이 가능합니다. 조금은 더 VR 롤플레잉 게임(role-playing game, RPG)에 가까워 지기도 하겠지요. 예를 들어, 한 편의 웹툰이 VR 기반의 롤플레잉 환경에서 전개된다면, 독자는 특정 캐릭터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거나, 중요한 장면에서 자신이 선택하는 방향에 따라 줄거리가 달라지는 구조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는 지금의 웹툰 형식과는 다소 다르지만, 여전히 서사와 캐릭터 중심의 전개를 기반으로 한, 웹툰의 확장된 진화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때가 되면 웹툰은 더이상 웹툰(Web toon)이 아닌, 다른 명칭으로 불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웹툰이 종이 컷만화와 분리되어 웹툰이란 명칭으로 불리고 있는 것 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생각해보면, 웹툰은 더 이상 화면에 갇혀 있는 콘텐츠가 아니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형태의 서사 매체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AI와 디지털 기술의 진보는 웹툰이 기존의 한계를 넘어, ‘경험되는 이야기’이자 ‘체험 가능한 예술’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줄 것 입니다.


뭐 조금 게임스러워 진다고 해도, 실제로 지금도 웹툰과 애니매이션이 게임 그래픽 디자인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융합된다면, 만화 역시 새로운 표현 방식과 전달 구조를 갖춘 장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여전히 감정과 감각을 다루는 ‘인간’ 작가가 존재할 것입니다. 웹툰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든,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으로 정의되든, 새로운 형태의 만화로 불리든,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롭게 파생되는 형태의 직업군은 분명 생겨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웹툰이 웹툰으로 남던, 다른 종류로 명칭이 부여되던 그런 것들은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결국 지금 웹툰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에게도 ‘업(業)’으로서의 창작 활동은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중요합니다. VR과 AR의 발전은 그런 아이들에게 단지 새로운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무대이자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 변화가 실현된다면, 그것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일 것입니다.




<AI시대, 미술 좋아하는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할까?>

*급변하는 AI시대, 미술 전공자의 현직 전문가 다운 시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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