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AI시대, ‘서사 지능’에 주목해야 하는가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고유지능의 회복

by 메자닌

2026년을 앞두고 마음이 조급해진다. AI가 일상의 모든 영역을 파고드는 지금,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나는 앵거스 플래처의 고유지능(Primal Intelligence)을 읽으며 그 답의 실마리를 찾았다. 저자는 이를 ‘서사 지능(Narrative Intelligence)’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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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 오류를 넘어선 ‘진짜’ 서사 지능

행동경제학에는 ‘서사 오류(Narrative Fallacy)’라는 개념이 있다. 인간이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억지로 인과관계를 만들어내어 사실을 왜곡하는 오류를 말한다. 대니얼 카너먼이 말하는 ‘시스템 1’의 함정이다.

하지만 플래처가 말하는 서사 지능은 이 오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스템 1이 저지르는 오류를 경계하며,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데이터가 말해주지 않는 ‘맥락’을 설계하는 시스템 2의 고차원적인 능력에 가깝다. AI가 확률을 계산할 때, 인간은 서사를 통해 가치를 설계한다. (행동경제학자 다니엘커너먼 이론, 시스템 1 / 시스템 2)


데이터의 빈틈을 메우는 틱 데이터(Thick Data)의 힘

이 서사 지능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어떻게 발휘되는지는 백영재 전 넷플릭스 코리아 대표가 강조한 ‘틱 데이터(Thick Data)’ 사례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트리시아 왕이 제기한 이 개념은 빅데이터가 놓치는 ‘인간의 깊은 맥락’을 다룬다. 넷플릭스가 시리즈물을 한꺼번에 공개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알고리즘 때문이 아니었다. 사용자의 거실에 들어가 그들이 몰입을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어 한다는 ‘정서적 서사’를 읽어낸 인간의 직관 덕분이었다. 데이터는 현상을 보여주지만, 서사 지능은 그 현상 너머의 ‘이유’를 찾아내어 판을 바꾸는 결정을 내린다.


다시 정의하는 인간의 4가지 고유지능

번역서에서는 이를 직관, 상상력, 감정, 그리고 ‘상식’이라 부른다. 하지만 경영 현장에서 AX(AI Transformation)를 고민하는 내 눈에, 특히 마지막 단어인 ‘상식’은 맥락을 많이 잃은 번역처럼 느껴졌다. 원문의 Common Sense를 현실의 언어로 다시 정리해 본다.


1. 직관 (Intuition): 데이터가 없을 때의 방향타

AI는 충분한 데이터가 있어야 작동하지만, 인간의 직관은 데이터가 없을 때 오히려 빛난다. 근거를 다 설명할 순 없어도 “지금 이 방향이 맞다”는 신호를 감지하는 능력이다. AI는 1만 개의 데이터를 모아 '평균적인 정답'을 내놓지만, 인간의 직관은 단 하나의 '이상한 조짐'에서 혁신의 실마리를 찾습니다. 2026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 데이터 사이의 빈틈을 읽어내는 예리한 직관의 회복입니다. 사례로 코로나 시절 마케팅 전문가의 책이 떠오른다. THICK Data라는 책이다. 빅데이터의 한계를 지적하며 인류학자 트리시아 왕이 제기한 ‘틱 데이터(Thick Data)’ 개념은 훗날 넷플릭스 APAC 글로벌라이제이션 디렉터 백영재 전 대표가 책을 내며 강조한 것처럼 넷플릭스 성공의 핵심 열쇠가 되었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시청률 수치'가 아니라, 거실에서 시리즈를 몰아보며 현실을 잠시 잊고 싶어 하는 인간의 '정서적 맥락'이었다. 이것은 알고리즘이 스스로 계산해 낸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직관현실감각이 데이터의 빈틈을 메운 결과였다.

2. 상상력 (Imagination):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사는 힘

AI는 과거의 패턴을 조합하지만,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머릿속에서 먼저 살아본다. 실패 이후의 세계까지 시뮬레이션하며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결과를 그려낸다. 상상력은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고 지능이라고 생각했었기에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3. 감정 (Emotion):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고도의 신호 체계

AI가 감정을 분류(Classify)할 수 있다고 해서 인간의 감성 지능이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다. AI는 감정을 라벨링 할 뿐, 그 감정의 무게를 견디거나 감정을 ‘행동 설계’의 출발점으로 쓰지 못한다. 감정은 판단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이 선택은 논리적이지만 관계를 무너뜨린다”는 한계를 알려주는 지능이다. 결국 사람이 판단하여 선택하고 그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

4. 현실감각 (Common Sense): 맥락과 책임을 읽는 눈

번역어인 ‘상식’보다 ‘현실감각’ 혹은 ‘맥락 지능’이라 부르고 싶다. 규칙이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할지, 맞는 말이라도 지금은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아는 감각이다. AI는 맥락을 계산(Process)하지만, 인간은 맥락을 살아내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진다. 현실과 괴리가 있는 AI 생성 결과를 인간은 결국 선택하지 않는다.


2026년, 서사 지능으로 승부하라

AI 없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은 맞다. 하지만 AI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더욱 자명해지고 있다. AI는 맥락을 모사(Process)할 뿐, 맥락을 알고 책임(Responsibility)을 지지 못한다. 결국 2026년 이후의 경쟁력은 AI가 내놓은 결과에 어떤 ‘서사’를 입혀 가치 있는 결정으로 만들 것인가에 달려 있다.

빠른 계산은 AI에게 맡기자. 대신 우리는 더 깊게 숙고하고, 더 예민하게 맥락을 읽어내며, 인간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내가 2026년을 준비하며 다시 ‘서사 지능’을 훈련하는 이유다.

아마 앞으로 나의 브런치에서는 AI 이야기보다, AI 이후에도 인간이 지켜내야 할 ‘인간됨’의 훈련에 대해 더 많이 쓰게 될 것 같다. 2026년, 우리는 AI를 공부하는 동시에 더 뜨겁게 인간다워져야 한다.


[Next Step] 어떻게 이 ‘서사 지능’을 내 것으로 만들 것인가?

이론은 매력적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떻게(How)’입니다. 2026년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 근육을 단련할 수 있을까요?

앵거스 플래처는 책의 2부에서 고유지능을 깨우기 위한 구체적인 훈련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거나 공부를 더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방식입니다.

혁신, 회복탄력성, 의사결정, 소통, 코칭, 리더십 등 삶의 기술을 키워줄 수 있는 내용들이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직접 실무와 일상에 적용해보고 있는 고유지능 훈련 가이드를 공유하려 합니다. AI의 연산 속도를 쫓아가는 대신, 나만의 서사 지능을 단단하게 구축하고 싶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당신의 서사는 준비되었나요?"


2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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