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바라기

야생화 이야기

by 소향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한참을 울부짖는다. 하늘이 뚫린 듯 장대비가 그렇게 쏟아져 내린다. 이런 날에는 화단에 곱게 자라는 야생화가 걱정이 된다. 하늘거리는 줄기 위로 장대비가 쏟아지면 야생화는 그 힘에 눌려 옆으로 눕게 되고 스스로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키가 큰 야생화에 지지대를 세워 묶어주고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 주면 야생화는 장대비에도 버티는 힘이 생기게 된다.


눈에 밟히는 아이가 있다.


키가 작고 연약한 야생화들은 서로 뒤엉켜 자라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한 채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야생화의 생명력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데, 많은 야생화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힘없고 여리한 아이가 있다. 흰색 꽃을 피우는 야생화다. 애처롭게 서 있는 그 모습에 마음이 간다. 그 후부터는 오가는 길에 그 꽃만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때면, 애처로운 모습으로 많이 흔들렸을 그 아이가 나와 닮아 보여 안쓰럽다. 짧은 한해의 삶에 평온함 보다는 험난한 삶이 그려지는 아이다. 길지 않은 생명이라 더욱 애처롭게 느껴진다. 그래서 매일 그 아이의 상태를 살펴주고, 다른 야생화에 그늘지지 않도록 자리도 잡아주고 가지도 쳐주고 사랑을 준다.


토분에 심은 야생화를 사러 가끔 오시는 손님이 있다. 토분에서 묻어나는 세월을 마음에 담고 야생화의 향기에 평온함과 온화함이 배어 있다. 오실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는 그 마음에는 흙내가 솔솔 묻어 나온다. 차 한잔 나누는 시간은 언제나 토분과 야생화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그럴 때면, 나는 힘없고 여리한 그 흰꽃을 소개하곤 한다. 작고 연약한 모습이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아이에 대한 유례와 꽃말, 꽃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를 하면 손님은 손뼉을 치며 그 꽃에 감탄한다. 손님은 가까이 다가가 향기도 맡아보고, 사진도 찍으며 그 아이에 대한 사랑을 공유한다. 함께 꽃을 보며 행복한 미소가 피어 난다. 미소 따라 하얀 꽃도 빙그레 미소를 짓는 것 같다.


나를 보며 웃고 있는 아이


온갖 어려움을 견디고 모든 에너지를 한데 모아 피워낸 야생화에는 그들 만의 향기가 있다. 그 향기가 독특하고 생명력이 강하다. 그런 야생화를 바라보며 가끔은 우리 아이들을 떠올린다. 화단의 야생화를 보며 질긴 생명력으로 개성 있게 자라나서 자신만의 독특한 향기를 풍기는 어른으로 성장해 주기를 내심 바란다.


언제부터인가, 힘없고 여리한 아이는 앞으로 자꾸만 기울어지며 자라고 있다. 넘어지는가 싶어 안쓰러운 마음에 바로 잡아주면 다음 날 또다시 그 자리로 돌아온다. 그러기를 몇 차례 반복을 하지만 여전히 기울어지며 자라고 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침 댓바람에 산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화단을 지나며 바라본 힘없고 여리하던 아이가 하얀 꽃을 활짝 피웠다. 주변이 환하게 보이고, 안개처럼 머물러 있는 그 아이의 향기에 기분이 상쾌하다. 눈에서 하트가 나오는 게 보일 정도로 사랑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가만히 앉아 흰꽃을 바라보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 아이의 자라는 모습에 담긴 의미를 깨달았다. 그 아이가 나를 보고 웃고 있는 것이다. 야생화의 모습에서 감동이 밀려온다.


오늘 야생화를 찾는 손님이 방문하면 호들갑 떨며 그 아이 자랑을 마음껏 해야겠다. 이웃들이 얼마나 좋아할지 기대가 된다. 지금도 내 주변을 감싸는 흰꽃 향기에 살며시 눈을 감고 취해본다. 커피의 진한 향기보다 은은하고 독특한 흰꽃 향기가 더없이 행복한 아침이다.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200807114059_1_crop.jpeg 하늘거리며 자라는 아르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