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리폼 시(by소향. Aug. 10. 2020)

by 소향

나는 벽을 만나면 가슴이 답답해 오고

더 높은 벽을 만나면 포기하고 싶다

너는 벽을 만나면 손을 내밀고

더 높은 벽을 만나면 거침없이 오른다


나는 높이 오르면 두려움에 겁을 내고

높은 곳에 서면 내려갈 걱정을 한다

너는 높이 오르면 꽃을 피우고

높은 곳에 서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나는 안량 한 지식으로 절망을 한탄하고

더 높이 자라는 절벽 앞에 무릎을 꿇지만

물 한 방울 흙 한 톨 없는 절벽 위라도

너는 불평 없이 묵묵히 오를 뿐이다


나는 벽 앞에 서면 자존심에 독불장군 되고

귀 닫고 눈 가리고 목청만 커지지만

너는 벽 앞에 잎을 모아 풍성하게 키워내고

맞잡은 손 밀고 당겨 벽을 넘는다


나는 차갑게 세상을 바라보지만

너는 뜨겁게 세상에 도전한다

그것이 설사 절망의 벽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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