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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Jul 17. 2021

참 좋다!!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20년이 시작되면서 발생한 코로나는 말 그대로 세상을 바꿔놓았다.

교육도, 출장도, 회의도 모두 가능하면 취소가 됐다.

그렇게 1년 하고 6개월이 지나갔다.

잠잠할 듯하던 코로나가 델타라는 커다란 복병을 만들어놓았다.

확진자 수는 연일 기록을 경신한다는 뉴스로 시끄럽다.


다행히 지역은 확진자 수가 안정적이라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다.

그래도 향후 증가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어쩔 수 없이 행사가 잡혔다.

급하게 경주로 출장을 갔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갔다가 소리 소문 없이 빠져나올 생각이었다.


휴대폰 벨이 울린다.

"네~~!! 형님 오랜만이시네요?"

"그래~! 잘 지내제?"

"그럼요. 형님은 어떻게 지내세요?"

"별거 없다. 늘 그러니까."

"그런데 형님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주셨어요?"

"그래. 니 경주 온다며?"

"어~!!? 어떻게 아셨어요?"

"그건 알 거 없고, 마~!! 퐝오면 온다고 전화를 해야지!"

"경주라서... 그냥 조용히 다녀오려고 했죠."

"경주면 여서 20분이믄 가는데 당연히 전화해야지!"

"죄송합니다. 형님. 다음엔 미리 전화드릴게요."

"그건 그렇고. 밥이나 묵자."

"형님~! 그래도 거리가 좀 되는데 다음날 출근도 하셔야 되고..."

"개 안타~! 니 온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나?"

"그래도 죄송해서 그러죠 뭐."

"내 석이델꼬 갈게. 오늘 일정 몇 시에 끝나는데?"

"6시면 끝나고, 아마 저녁 준비가 돼있을 텐데, 형님 오시면 형님 뵈러 가야죠 뭐."

"당연 하제! 그럼 이따 보자."

"네. 형님!"

친한 형님이 어떻게 알았는지 먼저 알고 전화를 했다.

더구나 내 친구 석이를 데리고 같이 오겠다고 한다.

근 2년 만에 만난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지고, 기다려진다.

아침 9시에 도착해서 6시까지의 일정이 왜 그리도 시간이 안 가는지 모르겠다.

결국, 6시 10분이 되어서야 일정이 끝났다.

이제 나이를 먹어가는 게 맞나 보다 싶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쉼 없이 하루를 꼬박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같이 식사하러 가시죠?"

"아, 네. 저는 선약이 돼 있어서 오늘은 좀 곤란할 것 같습니다."

"네? 타 지역인데 이쪽에서도 약속이 있으세요?"

"네. 저를 보고 싶다고 하시는 분이 계시네요. 하하하"

"아~! 그러시구나. 역시 발이 넓으시네요!"

"뭘요. 그냥 친한분들이라서.."


그렇게 사람들을 보내고 나서 시계를 보니 30분이다.

'분명 5시 40분에 마친다고 했고, 30분 정도 걸리면 6시 10분이면 올 텐데..'

뭔 일이 있나 싶어 석이한테 전화했다.

석이는 다 와간다며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한다.

전화를 끊고 나서 15분을 더 기다려서야 도착했다.

출퇴근 시간이라 차가 많이 밀렸다고....


차에 타고 두 사람과 악수를 하고 인사를 하는데 낯선 여자가 한 명 보였다.

나는 눈빛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석아~, 누구?"

"아, 인사해라. 내 여자 친구다!"

"안녕하세요... 석이 친구 소향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이혼을 하고 혼자 있는 모습이 늘 안쓰러웠는데 이번에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왔다.

형님도 석이 여자 친구는 차를 타고 오면서 처음 본 눈치다.

그렇게 4명은 보문단지의 음식점으로 가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시켜놓고 반주를 곁들여 마셨다.

오랜만에 형님과 친구를 만나니 너무도 반갑고 기분이 좋다.

친구 석이는 올해 다리 수술을 했다는 말을 했다.

수술을 했으면 쉬면서 재활에 집중하지 왜 왔냐고 했더니 한다는 소리가

"야~! 니가 왔는데 당연히 내가 와야지 무슨 소리야!" 그런다.

수술하면서 수술하러 간다는 말도 없던 놈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지만 그래도 그 친구의 마음이 고스란히 베어 나오는 말이다.


형님은 늘 약속이 넘쳐나는 사람이고, 석이도 마찬가지로 바쁜 사람이니 약속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포항도 아니고 경주에 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와 준다.

거기다 저녁까지 거하게 대접을 받고 나니 왠지 미안한 마음마저 들기도 한다.

이러니 내가 이 두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때문에 식당이 일찍 문을 닫는다고 양해를 구한다.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데로 오늘은 얼굴 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9시가 좀 넘어서 소노벨 숙소로 돌아왔더니 일행들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먼저 샤워를 하고 베란다에 나와 보문호를 바라본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보문호의 풍광이 달빛과 야경에 어우러진다.

달빛이 부서지는 호수의 잔 물결, 은파의 속삭임이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 자원방래 불역락호)

벗이 멀리서 찾아주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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