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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Jul 18. 2021

장미, 다시 피는 꽃이 되길...

장미, 삽목으로 개체수 늘리기

장미의 계절 아닌 장마의 계절

장미의 계절은 가고 장마의 계절이 꼼지락거리며 마지막까지 버티려 한다. 이제 본격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려는지 한낮의 열기는 귀찮을 정도로 끈적대며 달라붙고 있다. 하늘을 보니 파랗게 높은 하늘 사이로 먹구름이 힘없이 밀려나고 있으니 오늘 한차례 소나기가 내리면 그만이겠지 싶었다.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얼굴로 뭔가 떨어진다. 처음엔 나무에서 떨어지는 물이려니 생각하기 무섭게 '후두두둑' 빗방울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비가 쏟아지는가 싶더니 1분을 채 못 버티고 하늘이 뻥 뚫렸다. 먹구름은 간데없고 파랗게 물든 하늘만 펄럭이고 있다. 집을 비운 사이 마당에 떨어진 나뭇잎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어 정리도 할 겸 꼼지락거려 본다. 비질을 하고 잡초를 뽑다 보니 그 틈을 못 참고 모기가 결투를 신청한다. 날아다니는 모기와 걸어 다니는 사람이 싸우면 모기가 이긴다. 모기 편에는 어쩌다 전사자가 나오긴 하지만 괴로운 건 사람이다. 모기의 공격에 밀려 모기향에게 지원을 요청하자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이미지 : Pixabay

어쩌다 물물교환!!

무궁화나무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또 귀찮아진다. 6월 중순이 지날 무렵, 이웃에 사는 할머니 한 분이 저 무궁화 화분을 가져오셨다. 자신이 삽목 한 무궁화라며 일반 무궁화와 다른 품종이라고 한참 설명을 하더니 화분을 슬쩍 건네준다. 얼떨결에 받아 들자 "아유~, 이 집 화단에 꽃들이 많으니까 그것도 한 번 키워봐." 그러시며 마당을 둘러보신다.

"나는 밖에서 보니까 저 사철장미가 참 예쁘더라고."

"아! 네. 그러셨어요."

"그래서 말인데, 저 장미 삽목 해서 하나만 줘~"


이미 무궁화나무 화분을 받아 들었으니 거절을 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승낙을 해 버렸다. 그 후에 삽목을 하려고 했지만 귀찮은 마음에 미루다 잊어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저 무궁화 화분을 보는 순간 다시 기억이 살아났다. 귀찮지만 삽목을 해야 한다. 이제는 더 미룰 수 없으니 생각난 김에 오늘 삽목을 하기로 한다.

(혹시 따라 하실 분들을 위해 설명을 해 본다.)

이미지 :Pixabay

삽목을 시작하다.

[준비물]

장미 : 곁가지 또는 도장지

전지가위: 깔끔한 절단을 위해(잘 드는 칼도 가능)

감자: 아무거나 너무 작지 않은 것

드릴: 감자에 구멍을 뚫을 때 사용(장미 굵기 정도. 비슷하거나 살짝 작으면 좋음)

페트병 : 삽목 후 묘목 보호용(화분 크기를 고려해서 준비)

화분: 삽목의 크기를 고려해서 준비

흙 : 원예용 흙 또는 일반 흙도 가능


[삽목 하기]

1) 장미 : 도장지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잎을 모두 따낸다. 아래 부분은 접촉면적을 넓히기 위해 사선으로 매끄럽게 절단해서 준비한다. (삽입될 부분의 가시는 제거하는 게 좋음)

2) 감자 : 드릴로 감자의 중심에 적당한 깊이의 구멍을 뚫어 장미를 끼워 넣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3) 결합 : 드릴 구멍으로 준비한 장미를 밀어 넣는다. (이때 장미가 헐거우면 안 됨)

4) 화분 : 화분 절반 정도의 하단에 흙을 넣은 후 결합한 장미를 올리고 다시 흙을 넣어 화분을 채운다.

5) 페트병 : 페트병의 하단 부분을 절단한 후 뚜껑은 제거한다.

6) 완성 : 삽목 된 화분에 페트병을 씌워 삽목을 완료한다.

1) 장미 (도장지) 준비                   2) 사선 절단 및 가시제거                  3) 감자와 드릴 준비                      
4) 드릴로 감자에 구멍을 뚫는다.                                            
5) 장미 감자에 결합              6) 화분 바닥 흙 넣기                     7) 삽목 안착                                
8) 화분에 흙 채우기                                                             9) 페트병 하단부 절단 및 뚜껑 제거

페트병을 벗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화분에 충분히 물을 준다. 화분을 그늘진 곳에 보관하고 화분이 건조하면 수분을 보충하면 된다. 이렇게 삽목을 하면 1~2주 정도면 장미의 뿌리가 생겨난다. 뿌리가 생기면 묘목의 잎을 뗀 쪽에서 새로운 싹이 돋아나고, 새 생명을 가진 장미의 성장이 시작된다.

10) 삽목 완료

주의할 점은 장미 삽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지가위나 칼과 같은 절단 도구의 접촉면에서 세균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을 하기 전 소독을 해주면 좋다. 삽목의 절단면이 세균에 감염되면 까맣게 썩어 들어가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죽게 된다.


우리 집 화단에서 자라는 사철장미는 처음에는 노란 꽃을 피우고 시간이 지나면서 주황색으로 변하다가 빨갛게 물든 후 하얀색으로 빛을 잃어가며 꽃이 진다. 사람들은 장미 한 그루에 여러 색의 장미가 피어나는 줄로 착각을 하지만 색의 변화는 시간과 햇빛이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5월, 장미의 계절에 화려한 꽃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이댔었다. 때로는 담장 밖에서, 때로는 불쑥 들이닥치는 당당함으로, 때로는 소심한 원거리형으로 그렇게 사랑을 받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자주 방문하는 화원에서도 우리 마당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소위 말하는 '인싸'가 되었던 것 같다.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코로나 시대 이웃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준 사철장미가 장마의 계절에 새로운 도장지를 밀어 올렸다. 그 도장지의 일부를 얼마 전부터 삽목 하기 시작했고, 몇 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성공의 확률이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제 새롭게 도전하는 삽목이 뿌리를 잘 내려 이웃에도 전해지고, 새롭게 확장되는 풍성함으로 내년에는 더 아름다운 화단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새로이 삽목 되는 장미에게 새 생명을 허락하소서' 오늘도 그렇게 간절함을 심어 본다.

장미 삽목 : 뿌리를 내려 새순이 나오고 있다.
5월 화단, 사철장미 개화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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