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향 Sep 01. 2021

카페, 한옥에 스며들다.

한옥, 생명이 있기에 변화되는 것이다.

주말이 저물어가는 시간, 노을이 게으름을 피우는지 아직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저녁이다. 코로나 시국에 집에만 있기 답답함에 잠시 바람도 쏘일 겸 웅부공원 근처를 산책했다. 웅부공원은 도로 옆이라 그런지 늘 변함없이 존재해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골목으로 발길을 돌렸다. 순간 다른 지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와~!!! 여기가 이렇게 바뀌었네!"

"그러게, 담도 전부 통일시켜서 새로 만든 것 같고, 인도도 새로 다 했네."

"신기하다. 여기 구석구석 한번 돌아보자."

옆지기는 신기한 듯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한옥에 스며든 카페

카페가 한옥에 스며들었다. 벽을 깔끔하게 마감하여 칠하고 트렌드에 맞게 창문을 추가해 시원함을 더했다. 처마 끝에는 풍경을 대신하는 조명이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한옥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어 빈집이 되어가더니 결국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옥들을 새로 리모델링해서 카페로 바꿔놨어!"

"오랜만에 나오니 다른 동네 온 줄 착각하겠다."

"그렇지, 이렇게 바뀐 거 보니 새롭다. 우리가 밖에 너무 안 나온 거 아냐?"

"코로나 시국에 누가 그렇게 다니겠어."

"그래도 다닐 사람들은 다 다니잖아."

"그거야 몇몇 사람들이겠지. 대부분은 조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방역이 괜찮은 거야."

"그럴 거야. 그나마 안동은 확진자가 거의 없어서 참 다행이야."

"그럴수록 더 조심해야겠지. 방심하다가 퍼지면 더 위험해 지니까."


옆지기와 이야기하다 보니 결국 코로나 이야기로 돌아간다. 코로나 세상이니 어쩔 수 없나 보다. 일상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전의 삶이 그리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골목을 다니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부분 예전에 있던 그 모습 그대로 남겨두면서 리모델링으로 분위기를 바꾸고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는 골목이 되었다. 이전의 낙후된 모습에서 변화를 통해 새롭게 탈바꿈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새롭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한옥의 본래 용도가 훼손되어 다르게 이용된다는 것이다. 세상이 변하니 거기에 맞춰가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도 씁쓸한 현실이 되는 것이다. 때로는 세월의 때가 묻은 집들이 그리워지고, 골골이 쌓여있는 이야기들이 회자되는 감성이 살아있는 집이었으니 말이다.


지방도시의 인구감소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좀 더 좋은 환경과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서울로 이동하다 보니 인구는 감소했다. 그 상황에서 아파트는 늘어나 주택이 외면당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경제여건이 악화되는 원인이 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뭔가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환경이 되었다. 그렇게 한옥은 또 존재의 이유를 찾아야 했던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집이라는 용도에 머물지 않고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썩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카페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한옥이 아직 살아있음을, 앞으로 지속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은 아닐까?

골목을 한 바퀴 돌아 마음에 드는 카페에 들어섰다. 이미 전 좌석은 만원이었다. 돌아서 나오는데 사장님이 대문까지 따라 나와 배웅을 한다. 한옥의 규모 상 좌석을 많이 운영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한옥의 감성이 사람들에게 통한다는 말일 것이다. 아직 한옥의 가치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인 것이다. 


카페가 한옥에 스며들어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 한옥의 생명은 어쩌면 시한부였을지도 모르겠다. 점차 증가되는 빈집, 한옥 그 꺼져가는 생명에 인공호흡기를 연결한 듯 생명이 연장된 것이다. 연장된 생명이 좀 더 회복되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한옥은 영원히 죽지 않는 생명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옥 카페를 나와 허전한 마음으로 돌아서는 발걸음에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마음이 앞선다. 환하게 탈바꿈되어 기분 좋은 공간이 되어가는 모습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 다음 주말에는 꼭 다시 들러 차라도 한 잔 마시며 나만의 감성을 누리는 시간을 상상해 본다.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갑자기 시간이 비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