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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Aug 20. 2021

갑자기 시간이 비었다

도마나 만들어야겠다.

브런치 1년 루틴이 바뀌었다.

예전의 일상과 브런치 후 일상은 많이 다르다. 예전의 일상은 업무 외에는 사람들을 만나고 취미생활을 했다. 주말이면 어디든 집을 벗어나고 싶어 했었다. 그런데 브런치 후 일상은 이상하도록 정형화된 루틴이 되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6시 전후로 퇴근을 했고, 저녁 식사를 한 후에는 아이들 학원 픽업을 하며 자투리 시간에 운동을 한다. 아이들 학원이 끝날 무렵이 되면 그때부터는 오롯이 브런치를 즐기는 시간이 됐다.


글쓰기가 취미가 돼버린 듯 한 이 기분은 왠지 모를 야릇함이 있다.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던 글쓰기가 내 삶에 하나의 루틴이 되어가고 있는 기분이란 참 묘하다. 글을 잘 써서 쓰는 것이 아니라 뭔가 내 생각이 정리되어 문자로 남는다는 것. 그것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던 것 같다.


어쩌다 보니 브런치에 공지를 띄웠다. 18일 '블혹'메거진의 이번 주 발행을 쉰다는 글을 남겼다. 매주 1~2편의 글을 짧게나마 써서 올리보니 가끔 언제 다음회를 언제 발행하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브런치를 하며 경험하는 신기한 일이다. 내 글을 기다리는 작가님이 있으시다는 것이다. 너무도 감사한 그런 분들을 위해 이번 주도 글을 발행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정이 생겨버렸다. 아들 녀석이 자신이 쓰던 컴퓨터가 잘 안된다며 지난 주말부터 내 컴퓨터를 끼고 앉았다. 금방 끝낼 줄 알았더니 어느새 일주일이 다돼간다. 처음에는 짬짬이 휴대폰으로라도 짧은 글을 발행하기도 하고, 글을 읽기도 하기에 그런대로 참을만했다. 하루 이틀이 지날수록 금단현상이 찾아오는 것 같다. 뭔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넘기는 듯 찜찜함이 계속 남았다.


갑자기 시간이 비었다. 스마트한 세상에 시간이 남으니 다시 뭔가를 찾아 나섰다. 그때, 지인이 우리 집에 도마를 보러 온다는 말이 들렸다. 잠시 잊었던 것, 바로 그동안 내가 취미 삼아 만들던 도마가 생각났다. '그래~!! 이렇게 잠시 시간 될 때 도마를 만들면 되지 뭐.'

다릅나무 와 월넛
캄포 나무

그렇게 도마 작업을 다시 시작해 본다. 아직 샌딩이 덜 끝났다. 저녁에 물에 담가 다시 말리고 있는 중이다. 완전히 마르고 나면 샌딩을 하고, 다시 물에 한 번 더 담갔다가 다시 샌딩을 해서 오일 마감을 할 예정이다.


이번 도마는 개인적으로 캄포 나무 도마가 눈에 들어온다. 향도 좋고, 모양도, 그리고 무늬도 맘에 든다. 이 아이들 잘 마무리하고 나면 지인이 방문할 예정이다. 미술 전공자라 까다로울까 걱정이 된다. 그래도 잘 다듬어 놓으면 마음에 쏙 들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아들 녀석의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기만 하다.

왼쪽 월넛  오른쪽 다릅나무 오일 마감 후
캄포나무 도마. 오일 마감 후. 커리가 있어 더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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