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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Oct 25. 2021

다시 마음을 잡고

사과를 그렸다.

발행되는 글들과 브런치 북이 말해 주듯이 많은 작가님들이 공모전 준비로 바쁜 나날이었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도 않고, 하루아침에 되는 일도 아니기에 나는 그저 넋 놓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름대로의 핑계를 찾으며 이유를 만들기도 했던 것 같다.


돌아보니 나는 어느새 초심을 잃었다.

브런치에 입성을 하고 처음 글을 썼을 때에는 잠 안 자고서라도 글을 쓸 것 같았다.

그랬던 마음이 1년이라는 반환점을 돌고 상황이 좀 여의치 않게 돌아간다고 해서 이렇게 변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름의 기대와 목표가 있던 날들이 길어지는 시간에 휩쓸려 흩어지고 말았다.

현실과 타협하며 귀차니즘에 물들어가는, 어찌 보면 이것도 하나의 병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코로나에 감염되면 무기력해지고 힘이 없어진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딱 그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다시 글을 써 보겠다고 노트북까지 장만했는데, 노트북은 한쪽 구석에서 뒹굴고 있다.

데려다 놓고 놀아주지 않는다고 마음 상했는지 오래간만에 만졌더니 낯가림을 한다.

노트북을 켜 놓고 바라보니 할 일이 없었다.

딱히 떠오르는 글감도 없고, 영화도 잘 안 보니 할 게 없다.

그냥 인터넷 뉴스만 잠깐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런데 11살 딸아이가 그려놓은 그림이 눈에 확 들어온다.


지난번 휴대폰으로 그리는 모습이 힘들고, 눈도 안 좋겠다는 생각에 타블렛을 사줬었다.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어느새 몇 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처음에는 휴대폰보다 불편하다고 하더니 어느새 조금은 익숙해졌나 보다.

타블렛으로 그린 그림
휴대폰으로 그린 그림.

나는 그림에 대해 전혀 감이 안 오는 사람이라 이게 잘 그린 것인지 전혀 감이 안 온다. 

학원을 보낸 것도 아닌데 저렇게 그리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다.

물론 요즘 아이들은 이보다 잘 그리는 사람이 넘쳐난다는 것은 잘 안다.

그래도 나 닮았으면 그림이 잘 안 될 건데 그나마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아이의 그림을 보면서 나도 그림이 그려보고 싶어진다.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깔았다.

손으로 그리지는 못해도 도구의 힘으로 그려볼까 싶은 마음에 말이다.

가장 쉽다는 애플의 벌레 먹은 사과를 그렸다.

그려보니 그것마저 쉽지가 않다.

어쨌든 그래도 한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일러스트로 그린 사과 회사의 로고..

핑계 삼아 컴퓨터를 만지고 나니 다시 뭔가 글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이렇게 또 이어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려니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무튼 한 동안의 방황에 대해 스스로에게 사과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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