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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Oct 14. 2021

한 때, 사진모델이었다.

그땐 그랬다.

이상하게 둘째는 사진모델 제안을 가끔 받는다. 
첫 단추는 홈페이지 대문 사진모델이었다.
그렇게 카메라와 친구가 되었다.

절친이던 두 꼬마들의 가을 산책,
추억이 익어가는 계절을 따라
과거를 달려 소꿉놀이가
떠오르는 풍경이다.

발 밑에 부서지는 가을의 풍성한 감성과
퇴적된 시간의 흔적이 융화되어
현재를 만들어가는 시간이다.


한 호흡의 비눗방울과 한 줌의 장난기가 자라도
철 지난 시간은 흔적만을 남긴 채 화석이 되고
돌아오지 않는 아쉬움만 진한 향기로 남는다.

이긴 사람 무지개 사탕 먹기~
가위. 바위. 보.
야호~~! 내가 이겼다~!!
진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즐거운 시간.



들녘에 황금이 익어가는 계절이 깊어간다. 

거리두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나도 글쓰기와 한동안 거리두기를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장만하고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외장하드에 보관돼 있는 프로그램들을 설치하다가 예전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엄청난 양의 사진들이 외장하드에 잠자고 있었고, 그중 눈에 띄는 사진들이다.


사진모델이 된다는 것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닐 텐데, 둘째는 이상하게 여러 번 사진모델을 했다.

그렇다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미디어의 모델을 한 것은 아니고, 그저 어느 사진관의 홈페이지 대문 사진 모델과 한복 모델, 그리고 사진작가님의 모델 제의 등등 뭐 그런 일들이었다.


위에 사진들은 다섯 살 꼬맹이였을 때, 사진작가님의 제안에 둘째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승낙하고 하루를 고스란히 사진모델로 보냈던 날의 추억이다. 


이제는 기억 속 한 장면에 불과한 지난날의 이야기지만, 아직도 그 화창했던 가을날의 사진은 이렇게 남아 추억을 또 소환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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