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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Nov 16. 2021

사랑을 곱씹어 시가 되다

Book Review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 -이창훈-

직진만 가능한 인생의 험로를 지나는 동안에,

세상을 살아가는 힘

목숨 조차 아깝지 않을 소중함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한

내가 아닌 네가 주인공인


그것은 아마도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사랑이라는 두 글자를 가지고 깊은 사유를 토해내 그러모은 책,

작지만 큰 울림이 있고 쉽지만 깊이가 다른 글을 만났다.

바로 이창훈 시인의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이다.


시인은 이 작은 글 상자를 통하여 세상에 사랑의 시어들을 곱씹어 냈다.

사랑의 시어들이라 하여 거창하거나 꿀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단어를 구사하지 않고,

그저 손쉬운 언어로 표현한 사랑은 그 깊이가 남다르다.

단숨에 끝까지 읽어 내지만 다시 읽을 때마다 느낌이 변하고 깊이가 깊어진다.


여기에 짧은 몇 편의 시를 소개해 본다.


1부 너 없는 봄날 너에게 영원한 꽃이 되고 싶었다


꽃 / 이창훈

--

사랑이 져도

사랑에 진 적은 없어


잊을 수 없네

잃을 수 없네


꽃 진 자리

신열처럼 피어나는

그리움 이길 수 없네



2부 가시는 내 안의 뿌리에서 돋아난 것이다


고슴도치 / 이창훈

--

누군가 박은 못처럼

밖에서 들어와 박힌 것이 아니다


가시는

내 안의 뿌리에서 돋아난 것이다



3부 길은 멀리 뻗어있고 해는 저문다


부메랑 / 이창훈

--

던지면

아무리 멀리 던져도


내 손으로 되돌아오던

부메랑처럼


떠나면

아무리 멀리 떠나도


내 가슴으로 되돌아오는

너였으면



4부 누군가를 한 생을 다해 기다려 본 적이 있냐고


오뚝이 / 이창훈

--

사랑이 고귀한 것은

두려워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워하는 누군가가 밀어도

사랑하는 누군가가 밀치고

매정히 등을 돌려도


바닥에 닿는 영혼은

쓰러질 때마다 일어선다



5부 이 별에 우리는 사랑하려고 왔다


첫눈 / 이창훈

매일 새로 눈 뜨는

아침


매해 새로 내리는


나는 늘 첫눈에 반한다


사랑의 세계에 '다시'는 없다고

사랑은 언제나 새로 뜬 눈이라고


그래서 백지라고



'쓸쓸하고 외로울 때면 시를 쓰고 또 썼다.

마치 편지를 읽듯 고백을 하듯

어린 벗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시인의 말 중에서...)'


쓸쓸하고 외로움의 근본은 어쩌면 사랑이다.

그러니 시인의 시는 이미 사랑이었던 것이다.

그런 사랑을 고백하고 들려주는 편지와 같은 글이 소통의 도구도 되었나 보다.

현재 시인은 심석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어린 벗들과 소통하고 있으니 말이다.


손쉬운 표현은 어쩌면 어린 벗들과 보다 쉽게 소통하기 위한 배려는 아니었을까?

여전히 학교를 다니고 있고 어린 벗들에게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는 시인의 말처럼...


오늘, 설렘으로 책을 받아 들고 그 자리에서 끝까지 읽으며 내 마음에도 사랑의 씨앗이,

다시 꼼지락거리는 봄으로 다가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근거리에 두고 오며 가며 곱씹어 볼 작지만 아주 큰 선물에 아직도 가슴이 부풀어 있다.


이 자리를 빌어 시인님께 감사를 전한다...

감사합니다~~ ^^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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