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서 생각의 골이 깊어진다.
지금까지 내가 무슨 짓(?)을 해 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다 보니 브런치 작가가 됐고, 어쩌다 보니 일 년 하고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나름 꾸준히 글을 써 왔다.
어쩌면 '글'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민망할 정도로 엉터리 문장도 있었고, 어쩌다 한 번은 흉내를 내 본 것 같은 마음도 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요 며칠 글도 쓰지 않고 들여다본 내 글에는 초고 이상의 글이 없었다.
시詩를 쓴다고 만들었던 '사유의 시선' 매거진이 300이라는 숫자를 찍었다.
적지 않은 숫자의 글을 쓰면서 과연 나는 얼마나 내 글에 진심이었을까 생각을 해 본다.
때로는 설익은 자두를 베어 문 듯, 때로는 땡감을 깨문 듯, 때로는 풋사과를 붙잡은 듯.
그런 마음에 아쉬움만 가득 찼다.
'사유의 시선'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가능하면 하루 한 편의 글을 발행하는 다작은 이제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수작은 아니더라도 졸작은 되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글들로 채워보고 싶다.
그래서 '300'이라는 숫자를 끝으로 사유의 시선에 발행된 글들을 내렸다.
썼던 글들은 폐기처분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재 가공되어 새로운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재 가공되더라도 브런치에는 발행하지 않을 생각이다.
바쁜 일정들이 도미노처럼 줄지어 서 있는 21년 마지막 한 장이다.
글을 발행하고 싶은 욕구가 언제 또 재발하여 서툰 글들을 뱉어 놓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 해가 저물기 전에 새로운 마음을 다잡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해가 바뀌기 전에 말이다.
작가님들께~
올 한 해 분주한 졸작에 시간을 내어주신 이웃 작가님들께 너무도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제가 이런 글을 발행했다고 하여 브런치를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역시 자주 들러 작가님들의 좋은 글 자주 뵐 것이고, 저도 시는 아니더라도 에세이나 다른 글로 인사드리도록 할 것입니다. 저의 부족한 시를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