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개장

리폼 시(by소향. Dec 21. 2020.)

by 소향

바람 불어 눈물 나게 그리운 것은

검붉은 삶 도피의 타국 여행길에

영혼을 잃어버리고 돌아온 한 사내의 얼굴이다


무성한 소문이 담을 넘나드는 시간은 소란스러웠다

용케도 참고 버티던 사내의 검붉른 얼굴에는

기억의 작은 조각마저 모조리 지워내려고

무심히 감은 눈에는 잔잔한 미동조차 불허한 채

진실을 침묵 속에 가두고 떠났다


사무실 열리면 세상을 흔들며 들어오던 사내

커피 한 잔에 너털웃음은 아픔의 포장이었고

환한 미소로 돌아가던 그날의 기억은 선명한데

뜨거운 햇살 채 식기도 전

사연 하나 먹구름 앞세워 찾아들었다


웃음만 덩그러니 남기고 간 분향실에는

멋모르는 아들의 웃음이 눈물을 대신했고

자식 앞세운 어머니는 터진 상처에 염장을 더했다


튀어나오는 소리 붙잡은 목젖 긁던 슬픔은

차마 버리지 못한 마지막 우정이었을까

시간을 붙잡고 나누던 그날의 기억이었을까


구석진 자리에 앉아 날라온 육개장을 바라보며

정리 못한 우정 한 조각 서둘러 못질하고 나니

맑아지는 국물 흔적만 아쉬워할 뿐이다


이제 더 이상 사내의 온기는 세상에 없다

남은 슬픔은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 될 것이고

평안은 너의 그늘 뒤에 오롯이 남겨질 것이다

그늘이 사라질 때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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