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리폼 시(by소향. Oct 25.2005.)

by 소향

온기를 찻잔에 덜어놓고 창밖을 바라보면

붙잡던 계절도 덩달아 가을을 덜고 있네요

시린 낙엽들 사이로 마음 한 발 들여놓고

그리움 한 스푼 넣은 찻잔에 기댄 채

가슴에 가을을 품어 봅니다


구르던 낙엽들 찻잔에 동행을 청하고

애써 외면하던 바람의 부채질에

마지못한 듯 그대를 품어 봅니다


검은 물속으로 하늘이 내려와 앉으면

파란 호수는 그대 기억을 살피나 보네요

남몰래 빠져들어 심장 뛰던 그날의 설렘으로

식어가던 계절을 찻잔에 담아 보네요


그대와 함께 찻잔을 기울이면

시린 계절 스며든 바람마저 따뜻하고

음악이 흐르고 미소가 자라면

집안 가득히 밀려드는 행복이 담을 넘네요


앙상한 가지 흔드는 바람의 장난에

그대 머물다 사라지던 그날이 방문했고

묵은 향기만 덩그러니 남은 찻잔에는

빛바랜 계절이 서둘러 인사를 하네요


찻잔에

다시 온기를 덜어야겠어요

그대 가지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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