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보내며

리폼 시(By 소향. Aug 18. 2021.)

by 소향

더위를 나무라던 바람이 여름을 밀어내면

식어버린 어둠이 내려앉은 뜰에는

붉은 화장을 한 구름의 설익은 미소가 있다


경계가 희석하여 구별을 버린 두 계절 사이

얼음을 밀어내며 찾아드는 커피 향이 좋고

들꽃의 바지런함이 안아 온 향기 속으로

처마 밑에는 22도의 살가운 손님이 방문을 한다


놀이터 정자에는 주름진 웃음들이 모여있고

닳아버린 관절의 안부들과 쏟아진 걱정이 내일을 찾았고

갈라진 각질들의 위로는 서로를 붙잡는다


담을 넘어온 붉은 사연들이 저물어가면

2.5촉 치장 화려한 마음이 환하게 밝아오고

어스름 헤치고 찾아드는 정자에는

사춘기 소녀들의 깔깔대는 정겨운 환영


짠내 겨운 여름이 잦아들고 가을마저 익어가면

앙상한 겨울이 예비될지도 모를 내일이지만

저들의 삶에 회춘은 아닐 지라도

작은 생기라도 불씨라도 되었으면 좋을 것이다


여름을 참아왔던 2.5촉의 작은 불씨들 흔들어

출발한 내일이 연착에 항의를 눈 감을 수 있다면

웃음 식어가는 겨울은 더디 올 수 있을까


내 어머니 목소리

울렁이는 주파수 따라 찾아드는 정자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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