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용서할 테다

가을이니까

by 소향

하늘 맑아 파랗게 그리운 날엔

백사장이 잡은 발목에 묶여 서 있던

문득, 그날이 생각난다며

보고 싶어 진다며 달려가겠다는

뜬금없는 문자라도

그냥 용서할 테다


바람이 두드려 끝자락 물들인 날엔

때 묻은 말 산사에 고즈넉이 내려놓고서

국화향 따끈이 데워놓은 차 한 잔과

세월 담은 시선 한 번 건네고는

말없이 웃고만 있는다 해도

그냥 용서할 테다


발자국소리 바스라지는 계절 깊은 날엔

시시콜콜한 마른 기억들 노랗게 떨어져

점점이 남아있던 내 마음이라도

궁금했다는 한 마디라면

그냥 용서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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