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안개

by 소향

오늘은 어제와 같습니다

생각의 집은 언제나 세월 뒤에 홀로 남아있으니

시간이 나이를 사기치고 있나 봅니다

그러니, 웃음은 빛바랜 머리카락의 소유가 됐고

버리지 못한 상처만 덩그러니 남겨진 채

방황하는 삶만 기웃거리고 있나 봅니다

세월이 부풀려놓은 고목의 각질 속에도

관절이 배낭처럼 짊어진 헤진 세월 속에도

다를 것도 없이 식상한 일상의 허술함 속에도

우리는 모두 위로가 필요한 까닭입니다


내일은 어제가 아니면 좋겠습니다

어떤 후회나 버려야 할 눈물의 흔적도

실타래 풀려 엉켜버려 망처진 희망도

엎질러진 삶의 풀려버린 매듭 속에도

무더위 속에 눌러진 에어컨 3번째 버튼같이

겨울 한파를 밀어내는 25도의 온기같이

위로가 기분 좋은 내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깊어가는 밤

오늘을 지우는 안개가 반가운 것은

첫 소풍이 데려온 설렘 같은 기다림

두근거리는 시선이 내일을 향해 있나 봅니다

밤이 하얗게 열리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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