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쉼

by 소향

시끄러운 머리를 달래러 산사를 청해 본다

한 발 한 발 미련을 밟으며 오르다 보니 풍경소리 달려와 인사를 건넨다 발끝만 따라다니던 시야가 그제야 허리를 폈다 거친 호흡은 속박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마루를 잠시 빌려본다 그새를 참지 못하고 계절이 코끝으로 달려든다 반가움에 나도 몰래 호흡을 팽창시켰다 그렇게 잠시 미동도 없이 눈을 감는다

미소를 쥐고서...


긴장 없이 다급한 노크소리에 실눈으로 세상을 엿본다

나뭇잎 떨림을 따라 연주하는 빗소리 고운 걸음

귓속으로 나지막이 걸어 들어온다

이성은 걸음을 재촉하지만 핑계는 몸에게 이유를 선물했다

허락은 정중히 사양을 하고서


마루가 내어준 선심에 사치를 부려도 본다

훤히 보이던 번잡한 세상에 짙은 화선지가 펼쳐진다

파도가 바람을 부르고 섬이 붓을 들었다

시끄러움은 사라지고 어느새 평온한 수묵화가 찾아왔다

한동안 그렇게


비가 올 거라는 일기는 뉴스를 잊었다

젖은 참새들의 허기진 소리만 주변을 맴돌 뿐


다시 눈을 감는다

오감은 오롯이 열어놓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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