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놓인 귤 하나
말없이, 이탈 중이다
빛은 껍질 속으로 숨어
발효된 오후의 냄새가 되고
단내처럼 번진 주황색은
돌아가지 못한 고향의 방위를 가리킨다
귤은 과일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의 단면이고
손 닿지 못한 말 한 모퉁이이며
접힌 안부 하나를 동그랗게 싸맨 자리다
누군가 망설임 끝에 껍질을 벗길 때
터지는 건 향이 아니라
그 안에 웅크린, 발화되지 못한 계절
귤을 먹는다는 건
부재를 씹는 일이다
삼키는 것은 당도가 아니라
묻지 못한 질문들이다
그러므로
이 작고 둥근 과실 앞에서
우리는 모두
조금씩 늦은 사람이다